최근 가수 출신 방송인 이지혜가 남긴 이 한마디가 일부 엄마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영유(영어유치원) 안 보내면 후회할까요?”라는 질문에 답한 것인데요. 문제없어 보이는 저 발언이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을 부른 이유는 바로 이지혜가 자신의 두 자녀를 모두 영어유치원에 보낸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이지혜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무사인 남편 문재완씨와 두 딸 태리, 엘리와의 일상을 공개해왔습니다. 18개월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닌 태리는 지난해 연간 학비가 1200만원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둘째 엘리도 언니가 다녔던 영어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지혜는 “이미 초등학교에서 영어 잘하는 반, 못하는 반이 나뉘더라. 초급반에는 보내기 싫기 때문에 엄마들이 영어유치원을 계속 보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영어유치원이 필수가 아니라고 말하자 일부 학부모들은 “자신은 이미 보내놓고 할 수 있는 말이냐”, “진정성이 떨어진다”, “현실과 동떨어진 조언”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조언이다”, “엄마의 소신대로 하는 게 정답 아니냐”며 공감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앞서 학구열이 높기로 유명한 ‘목동맘’인 방송인 장영란도 영어유치원에 대한 경험을 공유한 바 있습니다. 연년생 남매 지우, 준우를 키우고 있는 장영란은 지난 2023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남편이 한의사이기도 하고, 자녀도 의사로 만들고 싶어서 목동에 대출을 많이 받아서 왔다”면서 “목동맘들이 당시 4살, 5살이던 아이들에게 영어유치원을 보내야 혀가 자연스러워진다고 해서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장영란은 그 선택을 후회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한글로 자기 이름도 못 쓰는 애를 영어유치원에 보냈는데 아이가 여섯살이 되고 나서 ‘너무 힘들고 무섭다. 가기 싫다’면서 머리를 쥐어뜯더라”면서 “아이가 웃음이 사라지고 남매가 투닥거리고 저도 남편과 다투게 됐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때 딱 멈추고 일반 유치원으로 전원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미지 확대
방송인 장영란.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 캡처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것은 부모들의 선망입니다. 보내고 싶어도 고민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이유입니다.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정부에서 원비 전액을 지원해주지만 영어유치원에 가게 되는 경우에는 월 100만원에서 180만원의 비용이 듭니다.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했어도 외국인 앞에서 눈을 피하게 되는 저로서도 내 아이만큼은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외국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으려면 어릴 때부터 영어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 영어유치원을 고민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영어유치원은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아닌, 어딘가 이상한 지점이 있습니다. 영어유치원에 가기 위해 시험을 봐야 하고, 입학해서는 매일 엄청난 양의 숙제를 하며 중고등학생이 외울 만한 단어를 외워 시험을 치릅니다.
오죽하면 정부는 지난해 말 이른바 ‘4세 고시·7세 고시’라 불리는 영어유치원·영어학원 입학시험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개정안은 학원 운영자, 교습자 또는 개인과외 교습자가 유아를 대상으로 모집이나 수준별 배정을 목적으로 하는 시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올해 6월부터 시행됩니다.
미국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에서 10년간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영어를 가르쳐온 최재진 작가는 “진정으로 영어유치원을 즐기는 아이는 10명 중 1명도 안 된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영어유치원 교사로 일할 때 아이들이 영어 수업에 몰입하지 못하고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를 수없이 마주쳤다고 합니다.
그는 저서 ‘잘 노는 아이가 영어도 잘한다’에서 ‘영어를 일찍 시작해야 유리하다’는 통념과 달리 모국어 발달, 놀이 경험, 비인지 능력을 기반으로 한 영어 학습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어 단어를 많이 외운 아이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가 결국 영어를 더 잘하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모국어가 깊이 있게 발달해야 외국어 학습도 탄탄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교육학계와 언어학계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최근 아이들의 문해력 부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시발점’은 욕이 아니냐고 묻고 ‘중식 제공’이라는 말에 자장면을 기대합니다. 외국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국어입니다. 모국어는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자 사고하는 틀입니다. 다른 아이들에 뒤처지기 싫다는 조바심에, 혹은 주변의 말에 휩쓸려 영어유치원에 무리해서 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이지혜는 가장 현명한 대답을 했습니다. 엄마의 소신만 있으면 남들을 따라가지 않아도 됩니다.
이보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