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화재 이재민들, 설 맞아 합동차례…“서로 위로하며 버텨야죠”

손지연 기자
수정 2026-02-15 17:00
입력 2026-02-15 17:00
지난 14일 찾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들이 철근 쇠파이프에 방수포를 감아 만든 임시 화재민 대피소 앞마당에 삼삼오오 모여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전날부터 부지런히 장을 보고, 색색의 전을 부치고, 떡국을 끓이는 온기가 임시 가건물 안에 가득 차 있었다. 지난달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합동차례를 지내기 위한 모습이다. 마을 주민 안세환씨는 “차례 비용은 주민들이 각출해 준비했다”며 “주민 약 100명이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눠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화마가 집어삼킨 구룡마을에서 주민들이 설을 맞아 한자리에 모여 합동 차례를 올렸다.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불확실한 내일 속에서도 함께 버티겠다는 뜻을 나누기 위해서다.
15일 구룡마을 화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재민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합동차례를 진행했다. 이재민들은 강남구에서 마련한 임시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대피소는 위원회 회의나 간단한 식사를 위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안씨는 “이달 23일까지 임시 숙소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후 거처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명절을 앞두고 각자 흩어지기보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함께 차례를 지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구룡마을 4지구에서 발생한 화재는 인접한 6지구로 번지며 주택 대다수를 태웠고, 180여 명의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많은 주민이 오랜 삶의 터전을 잃고 한겨울 임시 거처를 전전하고 있다.
이재민들은 합동차례와 함께 향후 주거 대책 마련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재건축 전까지 제공될 임대주택의 임대료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상대로 ‘임대 후 분양’ 방식의 주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 김규선씨는 “집이 있을 때는 자녀나 친척을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갈 곳이 없다”며 “이번 차례는 같은 마음인 사람들끼리 떡국이라도 나누며 따뜻한 말을 건네며 서로를 위로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손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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