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옥살이 끝 ‘사후 무죄’… 법원 “영장 없는 위법 증거”

서미애 기자
수정 2026-02-11 18:54
입력 2026-02-11 18:54
보험금 살해 누명 쓴 무기수, 형집행정지 당일 숨져
보험금을 노려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던 고 장동오 씨가 사망 후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던 핵심 증거들이 영장 없이 수집된 위법 증거라고 판단했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보험금 살인’의 오명은 피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벗겨졌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지원장 김성흠)는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돼 2005년 무기징역이 확정됐던 장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유죄 판단을 떠받친 증거 상당수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봤다. 경찰이 법원 영장 없이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화물차와 감정서, 피해자 가족 진술조서 등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위법 수집 증거를 토대로 한 고의성 판단 역시 신빙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장씨는 2003년 7월 전남 진도군 의신면 한 교차로에서 화물차를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로 추락시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당시 45세)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차량에서 혼자 빠져나왔다. 검찰은 8억8000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노린 고의 사고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2024년 저수지 일원에서 진행한 현장검증 결과도 근거로 들었다. 사건 당시와 지형·지물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검증한 결과, 직선 도로를 따라 진행할 경우 별도의 조향 없이도 사고 지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장씨가 의도적으로 핸들을 꺾었다는 검찰 주장과 배치된다.
수면제를 범행에 사용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해자 혈액에서 의심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에 비춰 범행 도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심은 2017년 장씨 가족의 요청을 받은 한 경찰관과 박준영 변호사가 사건을 재검토하면서 시작됐다. 대법원은 2024년 1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하지만 장씨는 같은 해 4월 형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당일, 복역 중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향년 66세. 통상 피고인이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만, 이 사건은 예외적으로 궐석 재판 형식으로 재심이 진행됐다.
박준영 변호사는 선고 직후 “당시 수사와 재판 과정 전반을 되돌아봐야 할 사건”이라며 “검경이 지금이라도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항소할 경우 사건은 항소심에서 다시 다뤄진다. 20년 만에 뒤집힌 판결이 최종 확정될지 주목된다.
해남 서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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