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떼같은 중국에 반도체 초격차 지켜야” 삼성 부사장의 외침

윤창수 기자
수정 2026-02-13 10:30
입력 2026-02-13 10:30
15년 중국통 이병철 전 삼성전자 부사장의
미중 패권전쟁 생존 및 중국 공략하는 전략
“2007년 고 이건희 회장이 중국 공략 전략을 제시하면서 ‘제2의 삼성을 중국에 만들고, 중국 삼성과 한국 삼성이 경쟁도 해봐라’고 하셨죠.”
15년간 삼성그룹 중국 본사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이병철(60)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쓴 책 ‘K-반도체 초격차 전략’은 한국 반도체호의 방향을 제시한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한복판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자 중국에서 근무한 고위 임원이 내놓은 첫 중국 공략 지침서이다.
그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의 중국 전략을 설명했을 때 너무 파격적이어서 당시 경영진들이 제대로 감을 잡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 회장은 “중국은 땅도 넓고 인구도 많으니 중국향 제품의 원형을 처음부터 중국에서 만들어라”, “중국에 독립된 연구소를 만들어라”와 같은 지시를 내렸다.
삼성은 글로벌 경영의 구조 상 이 회장의 지시를 당장 따르기 어려웠지만, 다국적 기업 가운데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하니웰은 중국에서 완전한 독립 회사체를 만들어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이 전 부사장은 2005년 중국 주재원으로 파견된 뒤 2010년 칭화대에서 ‘삼성그룹 중국 현지화 전략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상사가 “중국에 인생을 걸어보겠다”는 그의 열정을 인정해 응원해줬던 것이 큰 힘이 되어 일주일에 하루는 꼬박 학교에 바치는 고단한 공부를 2년 동안 해낸 결과였다.
숙제와 시험을 도와주던 중국인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공부였으며 그들을 통해 중국의 진짜 본모습을 알 수 있었다.
그 덕에 이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과 미·중 패권 전쟁에서 현지화된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집권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우위를 보이는 것에 그는 “별로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은 기술 강국을 국가 핵심으로 삼고 일관된 방향으로 추진했으며, 연구 인력의 수준과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약 10년간 중국은 ‘천인계획’을 통해 최대 500만 위안(약 10억원)의 연구비 등을 지원하며 7000명 이상의 과학 기술 인재를 포섭했다.
최고 과학자에게는 ‘원사’란 직함을 부여해 차관급 의전과 의료비 지원 등 막강한 예우를 제공하며 국가 영웅으로 대접한다.
이 전 부사장은 “중국은 이공계 인력 양성 규모에서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면서 “박사급 인력이 쏟아지는 데다 중국의 석학 엔지니어들이 미국의 핍박을 못 이겨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중 패권 전쟁의 결말에 대해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 지속, 미국과 중국으로 양극화, 블록화된 다극체제 등 여러 시나리오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공세적 산업 확장에 비추어 볼 때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도 한국에 결코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태양광, 디스플레이, 화학, 철강 등의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한국이 철수하거나 힘들어졌는데 미·중 간에 디커플링으로 분리가 이뤄지면면 우리에게 숨 쉴 공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산업계의 메뚜기떼와 같아 지나가면 모든 분야가 몰살된다”면서 “우리 산업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마지막으로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일한 기술 우위를 가진 반도체마저 중국으로 넘어가면 한국의 경제는 급격하게 무너질 수 있다며 압도적 경쟁력을 갖춘 ‘기술 초격차 전략’만이 생존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부사장의 ‘K-반도체 초격차 전략’은 미·중 반도체 전쟁에 대한 해부뿐 아니라 ‘삼국지’에 버금가는 삼성의 시안 반도체 공장 설립 뒷얘기와 중국 문화에 대한 에피소드도 담고 있다.
윤창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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