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검은색 테이프가 준 힌트…‘안산 가정집 살인’ 40대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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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욱 기자
설정욱 기자
수정 2026-02-10 11:59
입력 2026-02-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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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방법원. 서울신문 DB
전주지방법원. 서울신문 DB


경기도 안산시 주택에서 집주인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40대가 25년 만에 단죄를 받았다. 장기 미제로 묻힐뻔한 이 사건은 현장에서 발견된 검은색 절연 테이프에서 나온 DNA가 해결의 실마리였다. 정밀해지고 진화한 DNA 감식 기법은 사건 현장에서 200㎞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용의자를 가리켰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10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45)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화와 계도 가능성이 없는 피고인을 영구적으로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의학 감정 결과를 보면 숨진 피해자는 저항하는 과정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생존한 피해자 또한 잠을 자다가 갑작스레 배우자를 잃고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01년 9월 8일 새벽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연립주택에 침입해 집주인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의 아내로부터 현금 100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B씨 아내를 결박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테이프 등 증거물을 확보했다. 그러나 당시 기술력으로는 유전자 정보를 검출하지 못했다.

미궁에 빠졌던 이 장기 미제사건 수사는 20년이 지나 재개됐다. 2015년 7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강도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대검찰청·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구축한 ‘DNA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020년 증거물 재감정을 의뢰했고, 동일 유전자 정보를 가진 A씨를 찾아냈다. A씨는 다른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2017년부터 전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강도·절도·강간 등 다수의 전과가 있는 A씨의 DNA가 DB에 등록·관리되고 있어 특정이 가능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일부 증거에 대해 동의할 수 없고, 해당 주택에 간 사실도 없다”며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A씨가 사건 범행 무렵 안산시에 직접 전입신고를 하고, 사건 당일 자동차를 안산시에 이전 등록한 사실 등을 추가로 확인하는 등 그가 사건 범행 현장에 있었다고 보고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도 검찰의 판단과 같았다.

재판부는 “사건 직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인 인상착의에 관해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법최면 검사와 사진 제시 과정에서도 피고인을 특정했다”며 “범행 당시 피고인이 안산 일대에 체류했던 정황이 확인되고, 범행 수법 역시 과거와 매우 유사해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테이프의 오염·훼손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찰은 오염을 막기 위해 증거물 5개를 지퍼백에 담고 다시 비닐봉지에 담아 보관실에 뒀다가 이후 국과수에 보냈다고 하는데, 이는 국과수 연구원의 증언과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은 다수의 강력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누범 상태에서 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현재까지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이 주장한 무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로 판단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설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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