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들 얼굴이…“절대 안돼” 올림픽서 금지된 ‘이 헬멧’, 뭐길래
윤예림 기자
수정 2026-02-10 11:17
입력 2026-02-10 11:10
우크라 전쟁 희생자 담은 헬멧…IOC “사용 금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켈레톤에 출전한 우크라이나 선수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동료 선수들의 얼굴이 새겨진 헬멧을 착용할 수 없게 됐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우크라이나)에게 전쟁에서 숨진 선수들이 새겨진 헬멧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앞서 헤라스케비치는 이날 이탈리아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에서 해당 헬멧을 쓰고 연습 주행을 해 주목받았다.
헬멧에는 10대 역도 선수인 알리나 페레후도바, 권투선수 파블로 이셴코, 아이스하키 선수 올렉시이 로기노프, 배우이자 운동선수인 이반 코노넨코, 다이빙 선수이자 코치인 미키타 코주벤코, 사격 선수 올렉시이 하바로프, 무용수 다리아 쿠르델 등의 얼굴이 새겨졌다.
헤라스케비치는 “헬멧에 그려진 사람들의 일부는 제 친구들이었다”며 “올림픽을 통해 전쟁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IOC는 헤라스케비치의 헬멧이 규정을 위반한다고 판단하고 경기 사용 불가를 통보했다. IOC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은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올림픽 경기장, 시설 또는 기타 지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헤라스케비치는 엑스(X)를 통해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결정”이라며 “올림픽 무브먼트의 일원이었던 선수들이 다시는 발을 들일 수 없게 된 그 스포츠 경기장에서 추모받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IOC의 태도는 그들을 배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OC에 공식 요청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 헬멧을 쓰고 경기에 출전할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년 평창 대회를 통해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헤라스케비치는 2022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 무대를 밟은 주인공이다.
헤라스케비치는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한다’(No War in Ukraine)라고 적힌 문구를 들어 보인 바 있다. 그는 경기장 안에서 정치적 시위를 금지하는 올림픽 규정을 준수하면서 이번 대회 기간에 우크라이나가 처한 비극적인 상황을 계속 알리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헬멧을 준비한 헤라스케비치가 “우리 투쟁의 대가를 세계에 알렸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 진실은 불편하거나 부적절하거나 스포츠 행사에서의 정치적인 행위로 불릴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는 평화와 생명을 위하는 올림픽 운동의 역사적 사명에 충실하다. 러시아는 그 반대”라고 말했다.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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