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는 사람이 그림의 임자인 기라”…성파 스님, 10일부터 ‘성파선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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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수정 2026-02-10 09:20
입력 2026-02-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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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파 스님이 경기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에서 9일 열린 기자정담회에서 ‘성파선예’전의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성파 스님이 경기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에서 9일 열린 기자정담회에서 ‘성파선예’전의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그림을 보는 방법이 따로 있나 어데. 잘 보는 사람이 그림의 임자인 기지.” 작품 감상의 핵심을 묻는 질문에 대한 성파 스님의 답변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인 성파 스님이 10일 경기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에서 ‘성파선예(性坡禪藝)’전을 열었다. 경기도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전이다. 옻칠 회화 신작을 중심으로 옻칠 염색, 도자 불상, 도자 대장경판 등 150여 점을 선보인다.

‘선예’는 불교의 선(禪) 수행과 맞닿은 예술을 일컫는다. 성파 스님이 “그저 내 삶의 발자취일 뿐”이라며 덤덤하게 표현한, 수십 년 일상에서 길어 올린 그 ‘선의 깨달음’이 화폭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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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박물관에 전시된 ‘미륵전’ 작품.
경기도박물관에 전시된 ‘미륵전’ 작품.


앞서 9일엔 같은 장소에서 기자정담회가 열렸다. 많은 참석자들이 전시의 관람 포인트나 관람자가 느껴야 할 것 등을 물었지만 성파 스님은 요리조리 피해 가실 뿐 시원한 대답을 안기지 않았다. 스님의 대답을 극단적으로 축약하면 “네가 본 것, 네가 느껴라”다. 스님은 “같은 사물이라도 더러운 거울로 보면 더럽게 보이고 깨끗한 거울로 보면 사물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것”이라며 “내가 무엇을 의도하고 그린 것이 아니어서 보는 사람이 어떤 마음의 거울로 보고 이해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힌트가 될 몇 가지 가르침은 안겼다. 우선 소재. 성파 스님이 이번 전시에 낸 작품의 소재는 상당수가 옻칠이다. 스님이 아주 애용하는 소재다. “불에도 강하고, 물에도 강하고, 벌레에도 강”해서다. 이번 전시에서 스님은 몇몇 작품을 아예 6m 길이의 수조에 담그는 파격을 선보였다. 스님은 “제아무리 피카소 작품이라고 해도 물속에 담글 수는 없거든. 그런데 옻칠 작품은 한 달간 넣어도 괜찮다”며 “옛날부터 불교 집안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적 미술 재료인 옻칠을 현대에 걸맞게 되살리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이 주석하신 통도사 서운암 ‘삼천불전’의 도자 불상 일부도 직접 볼 수 있다. 그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로, 스님의 대표 불사로 꼽히는 3000점 ‘도자불상’ 중 일부다. 16만 장에 이르는 ‘도자대장경판’ 일부도 전시된다. 대다수 작품에 붉은빛을 많이 쓴 건 “너무 춥고 음의 기운이 성한 겨울에 따뜻한 양의 기운을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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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통도사 서운암에서 경기도박물관으로 첫 나들이에 나선 3000도자 불상 중 일부 작품. 그간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이다.
경남 양산 통도사 서운암에서 경기도박물관으로 첫 나들이에 나선 3000도자 불상 중 일부 작품. 그간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이다.


전시는 △영겁 △물아불이 △문자반야 △일체유심조 등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개막일부터 3일간 드론을 활용해 옻칠 염색을 공중에 띄우는 전시도 시도한다. “하늘을 나는 비천상을 구현한 전시”다.

성파스님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서양의 미소는 사물을 응시하고 짓는 미소지만 우리 반가사유상의 미소는 자기 내면의 마음을 보고 짓는 법열(法悅)”이라며 “의복과 음식 등 한국 문화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미술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는 점이 아쉬웠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 미술의 우수성도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관람은 무료다.

글·사진 용인 손원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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