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린샤오쥔의 1차 빅뱅…올림픽 역사상 가장 ‘극적인 악연’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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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두 기자
김경두 기자
수정 2026-02-09 15:14
입력 2026-02-09 14:57

10일 남자 쇼트트랙 1000m 예선에서 만남 가능성
두 선수 “특별한 감정 없다”…전 세계 팬들 관심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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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 출전하는 황대헌이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스타트 훈련을 하고 있다. 2026.2.9 연합뉴스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 출전하는 황대헌이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스타트 훈련을 하고 있다. 2026.2.9 연합뉴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예선을 하루 앞두고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 빙판 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 세계 올림픽 팬들은 세계 쇼트트랙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악연’으로 얽힌 린샤오쥔(중국·한국명 임효준)과 황대헌의 정면충돌에 주목하고 있다. 2019년 ‘진천선수촌 성희롱 사건’과 이에 따른 린샤오쥔의 중국 귀화 이후 올림픽 무대에서 성사된 잔혹한 만남이기도 하다.

둘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500m 동메달리스트와 은메달리스트로 함께 시상대에 섰지만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황대헌만 금메달리스트(1500m)로 활짝 웃었다. 황대헌은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세운 영웅이었던 반면, 2020년 국적을 바꾼 린샤오쥔은 빙판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귀화 선수의 경우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는 올림픽 규정에 따라 베이징 올림픽에선 중국 국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진천선수촌 성희롱 사건 당시 황대헌도 암벽 기구에 오르던 여자 선수들의 엉덩이를 주먹으로 때렸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다 대표팀 선배인 박지원을 상대로 어처구니없는 ‘반칙 플레이’를 범해 비호감 이미지의 대명사로 추락했다. 그 사이 린샤오쥔은 중국 국가 대표팀 에이스로 승승장구했다. 두 선수 모두 명예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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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은 의식적으로 상대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린샤오쥔은 그동안 자신의 웨이보(Weibo)와 중국 중앙TV(CCTV) 인터뷰를 통해 “나는 내가 중국 국가대표팀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 “이번이 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크며 최선을 다하겠다. 8년 동안 힘든 날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텨왔다. 중국 대표팀의 일원이 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과거 한국 대표팀 시절의 영광을 뒤로하고, 이제는 중국의 ‘에이스’로서 한국의 독주를 막아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린샤오쥔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개인전 3종목(남자 500m, 1000m, 1500m)과 단체전 2종목(남자 5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에 출전할 예정이다.

황대헌 역시 린샤오쥔과의 관계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특별한 감정은 없다. (그는) 그저 링크 위에서 만나는 여러 경쟁자 중 한 명일 뿐이다”, “외부의 시선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오로지 내가 해야 할 경기 운영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언론도 이들의 관계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1000m 대결을 앞두고 “과거 평창 올림픽에서 함께 시상대에 올랐던 두 남자가 이제는 서로 다른 국기를 달고 가장 잔혹한 경쟁자로 다시 만났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린샤오쥔의 장점으로 특유의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황대헌의 경우 강력한 몸싸움을 꼽는다. 두 선수 모두 ‘감정은 배제했다’고 했지만, 찰나의 순간에 순위가 결정되는 쇼트트랙 경기 특성상 이들이 감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편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1차 격돌은 10일 남자 쇼트트랙 1000m 예선이다. 두 선수가 어떤 드라마를 써 내려갈지,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이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로 향하고 있다.

김경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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