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가격 폭등 뒤엔 1000억대 탈세…국세청, 1785억원 추징

박은서 기자
수정 2026-02-09 12:27
입력 2026-02-09 12:15
OB맥주, 리베이트로 소비자 부담 전가
‘물가 불안’ 14개사 세무조사 중
국세청 5000억 탈루 추정
대한제분, 사주 스포츠카 수리비 대납 정황
리베이트 지급을 통해 이익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고 제품 가격을 인상한 라면·아이스크림, 주류 제조업체들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1000억원대의 탈루액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 착수한 1차 세무조사 결과 53개를 종결해 3898억원을 적출하고 1785억원을 추징했다고 9일 밝혔다.
이중 라면·아이스크림·주류 제조업체 3곳의 추징세액이 약 1500억원으로 전체 추징세액의 약 85%를 차지했다. 이들은 독과점 구조를 악용해 가격을 올리며 폭리를 취하고 늘어난 이익은 빼돌리는 방식으로 탈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 제조업체 OB맥주는 판매점 등에 리베이트 약 1100억원을 지급하면서 광고 계약을 위장해 광고비로 처리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5년간 전체 광고비 중 16.4%를 리베이트로 지출했다. 또한 원재료 구매대행업을 하는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용역을 제공받으면서 수수료 450억원 이상을 과다 지급했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돼 제품 가격이 지난 5년간 22.7% 치솟은 원인이 됐다.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는 특수관계법인에 물류비 250억원을 과다 지급했고 이 또한 25.0%가량 제품 가격이 인상하는 계기가 됐다.
국세청은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제품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고 원가 부풀리기를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가구·비닐하우스 필름 업계(2차 세무조사), 지난달 설탕·가구 담합업체(3차 세무조사)에 이어 최근 4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밀가루 등 가공식품 제조업체와 청과물 등 농축산물 유통업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 총 14개 업체다. 이들이 가로챈 전체 탈루 혐의 액수만 5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지난 2일 담합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대한제분도 조사 대상 기업 중 하나로, 탈루 추정액이 1200억원에 달한다. 이 업체는 수년간 가격과 출하량을 담합하고 제품 가격을 44.5% 인상했다. 원재료 매입 단가를 부풀려 원가를 과다하게 신고하는 한편, 명예회장의 장례비와 사주 소유 고급 스포츠카의 수리비와 유지관리비 등 사적 비용을 법인 자금으로 처리한 정황도 포착됐다.
간장·고추장·발효 조미료를 만드는 또 다른 독과점 업체는 원재룟값 하락세에도 가격을 10.8% 인상하며 이익을 사주 일가에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0% 이상 폭증했다. 국세청은 이 업체가 폭증한 이익을 감추기 위해 사주 자녀 소유 법인으로부터 포장 용기를 고가 매입하는 등 부당하게 소득을 축소하고 300억원가량을 탈세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국세청은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경찰의 조사로 담합이나 독과점 행위가 확인된 업체에 대해서 즉시 조세 탈루 여부를 정밀 분석해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밀가루·설탕 등 먹거리 가공식품 제조업체에 대해서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세종 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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