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위장 계열사 은폐’ 김준기 DB 그룹 창업회장 검찰 고발

한지은 기자
수정 2026-02-08 16:11
입력 2026-02-08 16:11
총수일가 지배력 유지에 재단회사 동원
지분율 외 실질 지배력 행사 입증 첫 사례
“대기업집단시책 근간 훼손 정도 중대”
재계 서열 40위 DB그룹의 총수(동일인)인 김준기(82) 창업회장이 자신이 지배하는 재단과 산하 회사들을 계열사 목록에서 누락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대기업은 매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심사 때 동일인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 현황을 제출해야 하며, 계열사로 편입되면 내부거래 공시 등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김 창업회장이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하면서 동곡사회복지재단과 그 산하 15개 회사를 제외한 혐의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DB 측은 최소 2010년부터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을 위해 재단회사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6년부터는 이들 회사를 관리하는 직위까지 설치해 본격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했다. 공정위는 공소시효에 따라 2021~2025년 행위만 고발한다고 설명했다.
DB는 동일인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디비아이엔씨와 디비하이텍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DB하이텍은 DB 비금융계열사 가운데 재무 규모가 가장 크지만 김 창업회장 측 지분율이 23.9%(자사주 제외) 정도로 낮아 경영권 공격에 취약한 편이다.
실제 재단회사들은 2010년에 DB하이텍의 재무 개선을 명목으로 DB캐피탈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불필요한 부동산을 DB하이텍으로부터 매수하는 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재단회사 중 하나인 빌텍은 김 창업회장에게 220억원을 대여한 뒤 이를 상환받고, 다시 동일한 금액으로 DB하이텍 지분을 취득하는 등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에 기여했다.
공정위는 DB 측이 거래 과정에서 위장 계열사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자체적으로 분석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창업회장과 딸이 관여한 주력 계열사들이 재단회사들과 수년간 자금·자산 거래를 이어온 내역도 다수 파악했다. DB 측은 재단회사를 동원해 거래할 때마다 공정위의 감시를 우려해 위장 계열사 리스크를 스스로 여러 차례 분석하기도 했다.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음잔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관리과장이 5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DB 동일인 김준기의 지정자료 허위자료제출 행위 적발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DB의 동일인 김준기 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동곡사회복지재단과 산하회사 등을 소속 현황에서 누락한 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2026.2.8
utzza@yna.co.kr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지분율이 0%라도 총수의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미친다면 계열사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지정을 위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가 허위 자료 제출을 이유로 총수를 고발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8월 농심 신동원 회장을 고발하기로 한 후 6개월 만이다.
세종 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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