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차별 의혹 조사할 것”…美 하원, 쿠팡 한국대표 소환

문경근 기자
수정 2026-02-06 09:36
입력 2026-02-06 09:29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5일(현지시간) 쿠팡 한국 법인 임시 대표를 맡고 있는 해럴드 로저스 쿠팡 최고행정책임자(CAO)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한다는 의혹과 관련, 공식 조사를 통해 쿠팡에 힘을 실어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쿠팡도 이에 호응해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장은 이날 로저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 몇 달 동안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한국 정부 기관들은 미국 기술 기업들에 대한 차별적 공격을 강화해 왔다”면서 “미국 시민에게 형사 기소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들은 “대표적인 예로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에 대해 강력한 처벌과 막대한 벌금을 요구했으며, 공정위는 쿠팡의 영업정지를 권고했다”면서 “쿠팡이 신속한 복구를 위해 한국 국가정보원과 긴밀히 협력하는 동안에도 이러한 징벌적 조치 요구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기업과 시민을 외국 정부의 차별적 법률과 집행으로부터 보호하는 새로운 법률을 포함한 효과적인 입법 마련을 위해 위원회는 이러한 노력의 범위와 성격, 아울러 이것이 미국인의 적법 절차 권리와 글로벌 경쟁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쿠팡 사태를 계기로 한국 정부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업의 적법 절차와 글로벌 경쟁력을 침해했는지 전면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국 정부 규제를 차단하는 새로운 보호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법사위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업에 자국 기업보다 더 부담스럽고 제한적인 규제를 가하는 외국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혀왔다”면서 “최근 한미 무역 합의에서도 미국 기업이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의 디지털 규제 법안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같이 미국 기업을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다면서 “반면 한국 중소기업과 중국 경쟁사는 사실상 면제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팡에 대한 표적화와 미국 임원에 대한 기소 가능성은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의 최근 약속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면서 “이에 따라 쿠팡과 한국 정부 간의 모든 관련 커뮤니케이션 자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자료에는 회사의 외국 법률, 규정, 사법 명령 또는 기타 정부 주도 조치에 대한 준수 관련 내용과 이러한 외국 법률이 미국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포함된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로저스 대표에게 “위원회에 출석해 한국 정부의 쿠팡 및 기타 미국 혁신 기업 표적화에 대해 증언할 것을 요구한다”며 소환을 통보했다.
위원회가 첨부한 소환장에 따르면 로저스 임시 대표는 이달 23일 열릴 예정인 청문회에 출석해야 한다. 그는 3370만명 규모의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태가 불거진 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로 임명됐다. 당초 국회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과 로저스 임시 대표를 소환해 청문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로저스 임시 대표만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했다. 이후 그는 증거인멸·위증 등의 혐의로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날 서한을 발송한 조던 위원장의 정책·전략 담당 수석을 지낸 타일러 그림은 현재 쿠팡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로 등록돼 활동하고 있다. 그가 속한 ‘밀러 스트래티지스’는 트럼프 정부 들어 워싱턴 DC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로비 회사다. 이 회사의 제프 밀러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쿠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소환장에서 요구된 바에 따라 문서 제출과 증인 증언을 포함해 미 하원 법사위원회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런 미 조야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쿠팡과 관련된 미 하원 청문회는 쿠팡 측의 로비에 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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