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줄·양식장 오염수·관광선박 3중고… 남방큰돌고래가 울고 있다”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2-05 18:43
입력 2026-02-05 18:24
폐어구에 걸려 죽거나 다친 돌고래는 최소 9마리 추정
수중 조사서 길이 15m 규모 폐파이프 40여 개 발견도
해양 관리 손놓아…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 ‘하나마나’
파란측 “돌고래 서식구간 낚시금지 도에 공식 요청 예정”
“돌고래 서식지인데… 낚싯줄·오염수·관광선박에 제주바다가 무너집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핵심 서식지가 인간 활동에 의해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양보호구역 지정 이후에도 관리가 사실상 방치되면서 ‘보호구역’이란 이름만 남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5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부터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까지 약 10㎞ 구간의 서남부 해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영락리, 무릉리, 신도리 연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수질 오염, 폐어구, 무분별한 낚시, 관광 선박 난립, 해상풍력 개발 등 최소 5가지 위협 요인이 남방큰돌고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어구 피해는 이미 현실화됐다. 2025년 6월 신도리 해역에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종달’은 낚싯줄에 얽힌 채 폐사했다. 2015년 이후 폐어구에 걸려 죽거나 다친 돌고래는 최소 9마리에 달한다. 어린 개체 피해가 늘고 있어 개체군 유지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박성준 활동가는 서울신문에 “육상 양식장 오염이 심각해 가장 우려스럽다”면서 “조사 결과 배출수 주변 갯바위에는 갈색 거품과 슬러지가 쌓였고,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염이 진행된 곳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지역에서는 양식장에서 나온 광어 사체까지 발견됐다”면서 “수중에서는 부유물이 가득해 시야 확보조차 어려운 상태였고, 해조류(감태군락지 상실) 등 기초 생태계가 사실상 붕괴된 구간도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역주민들도 양식장이 생기고 감태 군락지가 사라지고 어획량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육상 양식장 332곳 가운데 72곳(21.7%)이 대정 연안에 몰려 있다.
문제는 이런 오염수가 외해로 확산되지 않고 연안 300m 이내에 머물러 돌고래 서식지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장 관리 부실도 심각했다. 수중 조사에서는 길이 15m에 달하는 폐파이프 40여 개가 발견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사 폐목재를 바다에 불법 투기하는 선박도 적발됐다. 핵심 서식지임에도 관리·감독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낚시 활동 역시 남방큰돌고래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대정 연안은 ‘대물 낚시 성지’로 불릴 정도로 낚시 활동이 활발하다. 특히 살아있는 광어를 미끼로 사용하는 대물 낚시는 낚싯바늘이 돌고래 서식지까지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종달의 몸에서도 대물 낚시에 사용되는 장비가 발견됐다.
파란 측은 “양식장 배출구 주변에 광어 사체를 먹기 위해 고등어들이 몰려들고 돌고래는 그 고등어 등을 다시 먹잇감으로 삼는다”면서 “문제는 이곳으로 낚시꾼들이 몰려와 낚시가 성행하면서 낚시바늘이 돌고래에 걸리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란은 조만간 돌고래 다니는 구간만이라도 낚시 행위를 금지하는 제안을 도에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광 선박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대정 연안 돌고래 관광 업체는 9곳으로, 하루 최대 35회 투어가 가능하다. 돌고래 무리는 시간당 평균 6척, 많게는 8척의 선박과 마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가 2023년 관광선박 운영 수칙을 강화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해양보호구역 지정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해수부는 2025년 신도리 해역을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이후에도 낚싯줄에 걸린 돌고래가 발견되는 등 관리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파란’은 해결책으로 ▲수질 오염원 관리 강화 ▲낚시·관광선박 규제 강화 ▲낚시 통제구역 지정 ▲해양보호구역 확대 등을 제시했다. 특히 신도리 일부 구역만 보호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주 전 해역을 대상으로 이용 현황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민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태 보호와 생계가 양립할 수 있도록 경제적 인센티브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 참여형 감시, 생태 복원 사업, 돌고래 관광센터 운영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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