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돈 거래,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어” 법조계 “여론조사로 정치자금 제공 논리 무너져”총선·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거액의 돈거래를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김건희 특검의 ‘명태균 공천 개입’ 수사 이후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의 다른 재판에 영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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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5일 경남 창원시 창원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창원 연합뉴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 김인택)는 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면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돈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서 받은 돈 모두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고, 공천과도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두 사람이 주고받은 돈이 김 전 의원 공천을 위한 것이라거나 명씨의 정치 활동을 위한 것도 아니라고 봤다.
명씨와 김 전 의원 간 공천 대가 관련 ‘경제적 이익’이 인정되지 않은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공천의 대가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았다’는 혐의가 입증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돈을 매개로 한 것이 인정되지 않으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면서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 김 전 의원에 공천을 부탁했어도 ‘원래 공천해 주려고 했다’는 식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검사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여론조사를 해주고 비용을 안 받은 것은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해 준 것이라는 논리가 무너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명씨를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은 점은 오 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사건에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 시장의 경우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데서 나아가 ‘대납 의혹’이 공소사실에 포함됐기 때문에 유불리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 다른 변호사는 “명씨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다른 인물에 대한 혐의까지 연결 짓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혜지·서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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