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1억원’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김경 전 서울시의원과 강선우 무소속 의원에 대해 5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공천헌금 의혹을 수사한지 34일만의 첫 신병 확보 시도다. 검찰은 이르면 6일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김 전 시의원과 강 의원에게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배임수증재 혐의를 적용해 서울중앙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 의원에게는 배임수재, 김 전 시의원에게는 배임증재 혐의가 적용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강 의원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받고, 그를 당시 민주당 소속의 서울 강서구 시의원 후보로 공천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단수 공천으로 출마한 김 전 시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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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자금·청탁금지·배임죄 적용 진술 엇갈리고 증거인멸 가능성 높아경찰은 두 사람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전 시의원은 공천을 앞두고 강 의원 측의 주도로 서울 모처의 한 카페에서 강 의원과 강 의원의 전 사무국장인 남모씨를 만나 금품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반면 강 의원은 “쇼핑백을 받았으나 금품인지 몰랐고, 인지하자마자 반환을 지시했다”고 반박하면서 진술이 엇갈렸다.
또 두 사람 모두 경찰 출석 전 휴대전화를 교체하거나 경찰에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면서 증거 인멸 우려도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가능성을 보고 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경찰은 강 의원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적용도 검토했으나 뇌물죄 대신 배임죄를 적용했다. 정당 공천 업무를 국가의 ‘공무’가 아닌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인 ‘당무’로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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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지난달 29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은 국민의 ‘자발적’ 조직으로, 헌법재판소는 2021년 공천을 자발적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이지 공권력의 행사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법리적 다툼 소지를 줄이기 위해 영장 신청 단계에서 우선 배임수재·배임증재 혐의를 적용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다만 뇌물죄 대비 배임죄 형량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만큼 경찰은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1억원이 오간 배임수재의 경우 양형기준은 징역 2~4년, 배임증재는 징역 10월~1년 6개월로, 뇌물수수(징역 7~10년)나 뇌물공여(징역 2년 6개월~3년 6개월)에 비해 약하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에는 기존 판례에 따라 배임죄를 적용해 다툼의 여지를 줄였다”면서도 “사안이 엄중한 만큼 추가 조사와 법리 검토를 거쳐 최종 송치 단계에서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뇌물죄 대신 배임죄 적용…법리다툼 최소화 강선우는 국회 동의 거쳐야 구속 가능이번 영장에는 강 의원이 김 전 시의원의 요구로 1억 3000여만원을 차명으로 나눠 받았다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 의혹 등 다른 혐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강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 만큼 실제 신병을 확보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한다. 헌법 제44조에 따라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는 체포·구금되지 않는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회의장은 법무부로부터 체포 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한다.
앞서 2024년 11월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신영대 전 민주당 의원은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295명 중 찬성 93명, 반대 197명, 기권 5명으로 부결된 바 있다. 강 의원은 지난 3일 2차 소환 조사를 마치고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손지연·강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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