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셉션’처럼 꿈 조종 기술 나왔다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2-05 23:00
입력 2026-02-05 23:00
언스플래쉬 제공
꿈은 잠자는 동안 경험하는 이미지와 소리, 생각, 감정 등의 느낌을 총칭하는 것으로 렘수면과 관련 있다. 보통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것들이며, 꿈꾸는 사람이 제어하기도 어렵고,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꿈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꿈은 억압된 욕망과 본능이 변형돼 표출되는 성취의 과정이며, 무의식을 읽는 가장 좋은 ‘책’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가 하면, 동양을 중심으로 꿈은 미래를 예지하거나 길흉화복을 암시하는 상징적 현상으로 해석됐다. 그래서, 꿈은 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에서 중요한 소재로 활용됐다.
SF 영화의 장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2010)은 꿈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놀란 감독이 수면 중에 자기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꾸는 ‘자각몽’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는 꿈을 조작하고, 심지어 꿈속에서 생각을 심는 기술이 등장한다.
과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꿈 이야기는 독일의 유기화학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투스 케쿨레 폰 슈트라도니츠의 벤젠 구조 발견이다. 탄소 6개와 수소 6개로 이뤄진 벤젠의 분자식은 알려졌지만, 어떤 구조로 이뤄졌는지 케쿨레를 비롯한 당시 과학자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난로 앞에서 깜박 잠든 케쿨레는 꿈속에서 꼬리를 물고 빙빙 도는 뱀 꿈을 꾸고 벤젠 구조를 밝혀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꿈에 영향을 미쳐 난해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창의성을 유도하는 ‘꿈 공학’(Dream Engineering)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신경과학과 연구팀은 렘수면 중 꿈이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과 함께 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꿈 공학 기법을 찾았다고 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의식 신경과학’ 2월 5일 자에 실렸다.
워너브러더스 제공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려 끙끙대는 사람에게 “좀 쉬었다가 해”라든지 “한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봐”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뇌신경과학자들은 이 조언이 실제로 꿈과 뇌의 중요한 관계를 설명한다고 본다. 문제는 꿈을 통해 문제의 해법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꿈의 조작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실제 과학적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상태인 자각몽 경험이 있는 남녀 20명을 대상으로 ‘두뇌 고문 퍼즐’이라는 별명을 가진 굉장히 어려운 퍼즐들을 한 문제당 3분의 제한 시간 내에 풀도록 했다. 연구팀은 퍼즐 문제마다 각각의 고유한 배경음을 정해 실험 참가자들이 문제를 푸는 동안 배경음을 계속 듣도록 했다. 퍼즐은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에 대부분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실험실에서 1박을 하도록 하고, 자는 동안 생체 신호 측정을 위해 수면 다원 검사를 실시했다. 또 참가자들이 렘수면 단계 동안 해결되지 않은 퍼즐의 배경음악을 들려주며, 기억을 선택적으로 재활성화하는 ‘표적 기억 재활성화’(TMR)를 시도했다. 잠에서 깬 뒤 참가자들은 연구팀에게 자기 꿈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했다.
그 결과, 참가자의 75%가 미해결된 퍼즐의 파편이나 해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포함된 꿈을 꿨다고 보고했다. 20명 중 12명은 소리 신호로 유도된 퍼즐이 그렇지 않은 퍼즐보다 훨씬 더 꿈에 자주 등장했다. 이를 통해 실제로 외부 자극으로 특정 꿈을 유도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 또 꿈속에 나타났던 퍼즐은 그렇지 않은 퍼즐보다 해결될 확률이 약 2.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켄 팔러 노스웨스턴대 교수(인지신경과학)는 “세상의 많은 문제는 창의적 해결이 필요한 만큼, 우리 뇌가 어떻게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독창적 아이디어를 생성하는지 더 많이 알게 됨으로써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며 ‘수면 공학’, ‘꿈 공학’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꿈꾸는 사람이 외부 지시를 따를 수 있고, 자각 상태가 아니더라도 수면 중 소리 같은 감각으로 꿈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Q.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AI 퀴즈로 핵심 점검!
꿈속에 나타난 퍼즐은 그렇지 않은 퍼즐보다 해결 확률이 몇 배 높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