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노장’이 ‘마술사’ 이겼다. 도로공사, 기업은행 대역전승…김종민 158승 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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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수정 2025-12-14 19:36
입력 2025-12-1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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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김종민(오른쪽) 감독이 14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한국도로공사 김종민(오른쪽) 감독이 14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노련한 ‘백전노장’이 승승장구하던 ‘마술사’를 결국 꺾었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1위팀 한국도로공사가 14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5-26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6위인 IBK기업은행을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점수 3-2(18-25 22-25 25-21 25-23 15-11)로 눌렀다. 이날 승리로 김 감독은 158승(143패)을 거두면서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전 IBK기업은행 감독)을 제치고 역대 여자부 감독 최다승 1위 기록을 세웠다.

이날 경기는 양팀 감독의 치열한 승부로 애초부터 관심이 쏠렸다. 앞서 도로공사는 파죽의 10연승을 달리다가 지난 3일 흥국생명전에서 2-3 패배를 당했지만, 정관장과 흥국생명을 잇달아 꺾고 2연승으로 상승세를 탔다.

반면 기업은행은 7연패 수렁에 빠진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김호철 전 감독이 자진 사퇴한 후 여오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고 마법 부리듯 4연승을 달리며 이른바 ‘여오현 매직’으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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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14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경기에서 수비를 뚫고 스파이크하고 있다. 모마는 이날 양 팀 최다인 35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한국도로공사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14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경기에서 수비를 뚫고 스파이크하고 있다. 모마는 이날 양 팀 최다인 35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앞선 4경기에 소리를 질러대며 선수들을 격려했던 여 감독대행 목소리는 경기 전부터 이미 쉬어 있었다. 여 감독대행은 이날도 선수들이 실수하거나 실점하더라도 활짝 웃으면서 “오케이. 잘했어. 괜찮아. 카버(커버)만 잘해줘”라면서 선수를 독려했다. 덕분에 경기 초반 기업은행 선수들의 몸놀림이 상대적으로 가벼웠다.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과 육서영의 스파이크가 점수를 착실히 쌓았고, 2세트에선 알리사 킨켈라(등록명 킨켈라) 역시 펄펄 날았다.

반면 김 감독은 차분하게 맞섰다. 범실이 나오면 화를 내거나 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들의 잘못을 지적했다.

승부가 기울기 시작한 건 3세트에서 도로공사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가 괴물같은 공격력을 보이면서다. 기업은행의 블로킹에 족족 막히자 모마는 머리 끈을 풀면서 화를 내더니, 이후 강력한 스파이크를 마구 내다 꽂았다. 공을 받은 상대팀 빅토리아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짓는 모습이 여러 차례 중계 카메라에 잡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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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김종민(왼쪽) 감독이 14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권오현 감독대행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승리로 김 감독은 158승(143패)을 거두면서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전 IBK기업은행 감독)을 제치고 역대 여자부 감독 최다승 1위 기록을 세웠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한국도로공사 김종민(왼쪽) 감독이 14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권오현 감독대행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승리로 김 감독은 158승(143패)을 거두면서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전 IBK기업은행 감독)을 제치고 역대 여자부 감독 최다승 1위 기록을 세웠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기업은행은 임명옥이 모마의 강스파이크를 안정적으로 받아내고 빅토리아의 강력한 대각공격으로 착실하게 점수를 냈지만, 4세트에서 각성한 모마를 막아낼 수 없었다. 그동안 표정 변화가 없던 김 감독도 모마가 점수를 내자 껑충껑충 뛰면서 기뻐했다. 5세트에서 14점으로 한 점을 앞둔 상태에서 작전타임을 부른 김 감독은 “모마한테 공이 많이 가지만, 준비해야 해”라면서 김다은에게 “마무리 잘하라”며 끝까지 냉철하게 지시했다.

풀세트의 혈투를 마친 뒤 김 감독은 승리 직후 마이크를 잡고 “열심히 싸운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 한 번 보내달라”며 명장의 ‘품격’을 보였다. 이날 승리한 도로공사는 시즌 13승 2패로 2위 현대건설(8승 6패)과 간격을 더 벌리며 선두 독주 체제를 굳히게 됐다.

‘여오현 매직’이 멈춘 도로공사는 5승 9패로 6위를 탈출하지 못했다. 다만 3위인 GS칼텍스, 4위 흥국생명, 5위 페퍼저축은행이 모두 6승 8패인 상황이어서, 1경기 차로 순위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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