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편지/홍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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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7-11-24 23:59
입력 2017-11-2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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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홍성란

쓸쓸한 시간을 위해

기대서는

작은



우표 안의 작은 새도

뺨을 붉혀

우는데

바람은 귀 먼 영혼을

후려치고

갑니다

후박나무 아래를 걷는데 바람 한 점도 없는데 공연히 후박나무 잎이 떨어지며 어깨를 툭, 친다. 마치 다정한 당신의 손길인 듯해서 화들짝 놀랐다. 개다리소반에 받치고 쓰던 편지를 차마 맺지 못한 채 고개를 묻었다. 헤어진 지 오래인 당신의 안부를 묻다 가슴이 먹먹해진 탓이다. 잘 지내시는가. 나는 당신과 헤어진 뒤 귀 먼 영혼으로 살았다. 먼 데서 바람이 불면 혹시 당신의 기척인가 허리를 곧추 세우고 귀를 기울이곤 했다. 이 겨울도 부디 잘 지내시라.

장석주 시인
2017-11-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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