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여는 아침] 전사 소크라테스의 교훈/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수정 2016-11-01 22:47
입력 2016-11-01 22:40
소크라테스는 용맹한 전사였다. 여러 번 출전하여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기원전 424년 아테네 군은 북서쪽 델리온에서 벌어진 보이오티아인들과의 전투에서 참패를 당했다. 플라톤(BC 427~347)이 지은 대화편 ‘향연’에서 알키비아데스(BC 450~404)는 그 당시 참전했던 소크라테스의 행적을 증언하고 있다.
델리온 전투에서 아테네 군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후퇴했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병사들이 보이오티아 군에게 살상되었다. 그 상황에서도 소크라테스는 당당하게 후퇴했다. “아군과 적군을 똑같이 침착하게 응시하며 그리고 누가 자기를 공격하기라도 하면 만만찮은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멀리 떨어져 있는 자에게도 분명히 하며.” 그는 함께 후퇴하던 장군 라케스보다 훨씬 침착했다고 한다.
패배의 아수라장에서 소크라테스는 침착하고 당당하게 후퇴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여러 병사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싸움터에서 적군은 대개 그렇게 처신하는 사람들은 공격하지 않고 허둥지둥 달아나는 자들을 뒤쫓는 법이니까”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공황 상태에 빠진 병사들 사이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침착함과 완강한 대결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추격하는 적의 공격을 미연에 막아 낼 수 있었다. 알키비아데스는 “옛날 사람이든 지금 사람이든 이분과 비슷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칭송했다.
어디 공포에 사로잡힌 패전의 현장뿐이겠는가.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 예기치 않은 엄청난 과오나 실패를 저질러 공황에 빠졌을 때, 누군가 냉철한 판단과 신속한 수습을 주도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신과 조직을 구할 방도를 마련할 수 있을 듯싶다. 전사 소크라테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2016-11-0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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