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암 치료법?…인공지능 의사 ‘왓슨’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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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6-09-09 16:01
입력 2016-09-09 16:01

20초만에 최적의 치료법 분석…한국인 의료 데이터 부족 문제

# 2017년 3월. 폐암 2기 판정을 받은 박성수(가명.65세) 씨는 큰 좌절감에 빠졌다.

동네 병·의원뿐만 아니라 중소병원, 대학병원까지 찾아다녔지만, 의사마다 치료법이 달라 혼란만 가중됐다. 수술을 권유하는 의사도 있고 항암치료 또는 방사선치료를 추천받기도 했다.

‘의료 전문가’가 아닌 박 씨는 어떤 치료법이 최우선인지 판단할 길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출처를 알 수 없는 민간요법과 같은 정보가 넘쳐났지만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 for Oncology)을 암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는 대학병원을 접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 갔다.

기존에 찾았던 병원의 진료방식과 달리 박 씨는 ‘왓슨 전문 코디네이터’를 먼저 만났다.

전문 코디네이터는 박 씨에게 키·몸무게와 같은 기초적인 신체정보부터 가족병력, 복용해 온 약, 다른 질환 여부 등 세부적인 의무기록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이 데이터들은 고스란히 왓슨에 입력됐다.

며칠 후 예약날짜에 맞춰 종양학과 교수와 만난 박 씨는 진료실에서 상담을 시작했다.

입력된 박 씨의 데이터 분석은 약 20초 만에 마무리됐으며 왓슨과 연결된 모니터에는 3가지 최적의 치료법과 그에 따른 부작용, 그리고 추천하지 않는 치료법 목록까지 표기됐다.

의사는 왓슨에서 나온 분석결과를 토대로 박 씨에게 각 치료법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어떤 진료방식을 선호하는지 같이 고민했다.

암 치료 부작용으로 평소 탈모를 걱정해 온 박 씨는 병원을 자주 방문해도 좋으니 탈모 증상을 최소화하는 치료법을 선택하자고 의사에게 요청했다.

이상은 BM의 슈퍼컴퓨터 ‘왓슨 포 온콜로지’가 암 치료 현장에서 실제 사용됐을 때를 가정한 모습이다.

왓슨 포 온콜로지 개발에 참여한 미국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 마크 크리스(Mark Kris) 박사는 9일 여의도 한국IBM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가까운 미래에 왓슨이 암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신을 ‘왓슨을 훈련한 선생님’으로 표현한 마크 박사는 폐암 치료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손꼽히고 있다.

마크 박사는 왓슨이 환자를 직접 치료하진 않지만, 의료진을 돕는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마크 박사는 “왓슨에는 300개 이상의 의학 학술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를 포함해 1천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 정보가 입력됐다”며 “국가별·인종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표준적으로 활용되는 진료기법이 들어가 있으므로 한국에서도 활용 영역을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왓슨을 이용했을 때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 절감 효과가 어느 정도 가능할지에 대한 분석결과는 현재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마크 박사는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마크 박사는 “미국에서도 대형병원을 찾기 전에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암 치료법을 찾는 사람이 많다”며 “왓슨은 환자가 더는 발품을 팔지 않아도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 및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요령을 신속하게 검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마크 박사는 왓슨이 ‘근거 중심의 치료법’을 제시하므로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믿음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미래 의학에서 중요시되는 부분이 바로 의사와 환자의 원활한 의사소통”이라며 “왓슨은 수많은 데이터에 기반을 둔 자료를 의사와 환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조력자 역할을 해낼 수 있어서 보다 객관적이고 우수한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왓슨이 미국에서 개발됐고 아직은 한국인 의료 데이터가 풍부하지 않은 점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방대한 데이터가 있지만, 아직은 개인정보 노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며 “한국인의 주요 의료 정보를 보호하면서 이를 진료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분야별 전문가 및 정부 당국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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