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차라리 ‘제비뽑기’를 해라

홍지민 기자
수정 2016-01-15 22:14
입력 2016-01-15 21:22
250여년 전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말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투표장으로 향하고, 또 실망한다. 욕하면서도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누군가는 선거를 외면해 버린다. 민주주의를 굴러가게 만드는 두 바퀴, 정당성과 효율성이 빈곤해지는 것이다. 바야흐로 민주주의의 위기다.
문화사학자, 고고학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위기의 원인을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에서 찾는다. 출발에서부터 민주주의와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 혁명의 주도자들은 민중에게 권력을 맡기기보다 선택받은 소수가 권력을 쥐어야 한다고 판단해 선거를 도입했다. 만장일치 합의를 위한 도구였던 선거가 소수 엘리트의 정치적 입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로 변질됐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게 만드는 대안으로 제비뽑기를 제시한다.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는 제비뽑기로 민주주의를 꾸렸다. 아리스토텔레스, 몽테스키외, 루소도 오로지 제비뽑기만이 민주적이라고 했다.
임의적인 대의 민주주의가 통치자와 피통치자의 구분 없이 모든 시민을 정치에 참여하게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다. 저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보다 많은 시민의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6-0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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