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시장개방 확대…축산·수산업 피해 현실화된다
수정 2014-12-28 10:27
입력 2014-12-28 10:27
양념류·과일 등 수입증가로 밭작물 타격 클 듯
당장 영연방 3개국 가운데 호주와의 FTA가 지난 12일부터 효력이 발생했고 캐나다와의 FTA는 내년 1월 1일 발효됨에 따라 소고기 등 축산물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기준 호주와 농축수산 분야 교역액은 29억9천300만달러며 무역적자가 27억8천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무역역조가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소고기 수입은 호주산이 55%인 14만7천173t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9만2천145t·34.5%)과 뉴질랜드(2만5천345t·9.5%)가 뒤를 이었다.
◇ 수입육류·유제품 국내식탁 점령 우려
현재 호주산과 캐나다산에 부과하는 관세 40%는 15년 뒤인 2030년에 무관세로 전환돼 사라진다.
돼지고기의 경우 호주산은 냉동을 제외하고 10년 안에, 캐나다산은 5∼10년 안에 관세가 폐지된다.
이처럼 수입육류는 한국인의 식탁을 점령할 시기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캐나다·호주와의 FTA 발효로 15년간 국내 농축산업 분야의 생산이 2조1천억원 이상 감소하고 이 중 축산업 분야에서 1조7천500여억원 줄어들 것이란 분석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기도 했다.
낙농·축산 강국인 뉴질랜드와의 FTA도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서명과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뉴질랜드로부터 쇠고기 1억1천400만달러, 치즈 1억224만달러 등을 수입했는데 FTA가 발효되면 탈전지분유와 연유를 첫해에 무관세로 1천500t을 들여오고 매년 3%씩 늘여 발효 10년 뒤에는 1천957t을 무관세로 수입해야 한다.
혼합분유는 관세를 10∼15년간 철폐키로 했고, 치즈는 7∼15년간 관세를 없애는 대신 무관세로 수입하는 물량(TRQ)을 7천t에서 시작해 매년 3%씩 늘리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뉴질랜드와의 FTA 후 15년간 농축산업 피해규모는 캐나다와 유사한 4천억∼5천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밭작물·열대특용작물 공세 더 거세질 듯
정부는 중국과의 FTA에서 중국산 농산물의 ‘공습’을 우려해 낮은 수준의 개방에 합의했지만, 양념류 등 밭작물 품목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이 지리적으로 우리와 가깝고 재배작물도 비슷한 만큼 점진적으로 피해가 커지고 수입 대체작물 공급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등 간접피해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저율관세할당(TRQ)을 적용하지만 매년 대두 1만t, 참깨 2만4천t, 고구마전분 5천t, 팥 3천t을 들어오게 돼 있다.
다만, 김치에 적용하는 관세는 현행 20%에서 0.2%포인트 인하한 19.8% 수준에서, 양념 채소에 들어가는 혼합조미료와 기타 소스인 일명 ‘다대기’는 현행 45%에서 44.5%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베트남과의 FTA가 발효하면 구아바와 망고 등 열대과일과 건조·냉동 마늘, 건조한 생강 등 일부 민감품목은 10여년에 걸쳐 무관세로 전환된다.
베트남 천연벌꿀이 FTA 사상 처음으로 15년 뒤에 관세가 완전 철폐되고, 수산물인 새우는 TRQ 물량을 들여오게 된다.
이 밖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기존 FTA 체결국에 대한 관세 인하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농식품 분야에 대한 수입증가로 농수축산 업계가 점점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1월1일부터는 쌀 시장이 관세율 513%를 적용해 전면개방된다. 관세율이 고율인 만큼 5% 관세를 매겨 들여오는 의무수입물량(MMA) 40만9천t외에는 추가 수입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시장개방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 “전방위적 농업피해 고려한 근본 대책 필요”
정부는 한·중 FTA 등 농식품 시장개방에 대비해 밭기반 정비 등 밭작물 경쟁력 제고, 밭직불제 확대 등 농가소득안정, 축산분야 등 농업정책자금의 금리인하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영농규모화를 위해 들녘경영체를 육성하고,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농업의 6차산업화, 농식품산업의 수출기반 확대 등을 꾀하는 한편 FTA 피해보전직불제 보완책과 무역이득공유제 대안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농수축산업계는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며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등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효신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은 “정부의 시장개방 대책은 기존 정책을 이름만 바꿔내놨을 뿐 새로운 게 없다”면서 “기초농산물 국가 수매제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성태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내년에는 호주, 캐나다 등 축산강국과의 FTA가 발효되는 만큼 축산물 수입이 늘어나고 미국이나 EU 등 기존 FTA체결국의 관세 인하도 지속적인 농축산물 수입 증감요인”이라면서 “국내외 수급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선제적으로 FTA 피해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간농업연구기관인 GS&J는 “개별 FTA에 따른 대책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쌀 전면개방과 동시다발적 FTA로 인한 전방위적 농업피해를 고려한 근본대책 수립”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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