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울컥하더라. 영상을 보며 ‘내가 이럴 때가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시간에 아쉬움도 느꼈다.
-- 선수생활을 하며 가장 기쁘던 순간과 아쉽던 순간을 꼽자면.
▲ 예전에는 올림픽에서 실패하면 늘 슬프다고 생각했다. 메달이 없어 좌절했다. 그러나 지금 보면 그 시간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슬픔이나 아픔이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오게 만든 크고 작은 경기가 모두 기뻤다. 특별히 어느 대회를 꼽기보다는 오랜 시간 운동할 수 있었다는 게 중요하다.
-- 올림픽 메달이 없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 메달이 없었기에 계속 운동할 수 있었다. 올림픽을 마치고 다시 4년을 준비하곤 했다. 올림픽 메달이 없어서 다행이다. 메달은 없지만,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 어린 나이에 나선 첫 올림픽을 돌아보면 어떤가.
▲ 그땐 메달 후보로 꼽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컸다. 국가대표선수의 의미는 잘하는 선수 아니겠느냐. 잘해야한다는 긴장이 컸다.
-- 올림픽 6회 출전의 위업과 메달을 바꿀 수 있다면 바꾸겠나.
▲ 소치올림픽 전이었다면 무조건 바꾸겠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소치올림픽을 치르면서 달라졌다. 예전에는 올림픽 메달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일부다.
-- 메달이 없는데도 국민의 인정을 받고 성대한 은퇴식까지 치르게 됐다.
▲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안 돼도 다시 또 하고, 또 도전한 과정에 많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과정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그 부분에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 오랫동안 운동을 한 원동력을 꼽자면.
▲ 운동량이 많은 종목이지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버티면 우승이고, 우승의 희열을 알기 때문에 희망에 차서 힘든 훈련을 했다.
-- 지난 시즌이 힘들었다고 했다.
▲ 한국에서 나이 많은 선수가 운동하기 힘들다는 것을 작년에 느꼈다.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있더라.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내가 아는 스포츠는 정정당당한 것이다. 우리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실력이 있는데도 양보한다면 국제무대에서 성적 나오기 어렵다. 나는 끝까지 이기려 하고, 후배들은 이 도전을 버텨내는 것이 내가 아는 스포츠다. 그래도 작년에는 내게 혼나던 후배들이 버텨줬다는 것(이 고맙다). 그동안 나는 주는 선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섭섭한 일이 있었지만 많이 배웠고 이제는 마음이 편해졌다.
-- 앞으로 계획은.
▲ 그동안 너무 운동에 전념하다가 다른 것은 못하고 살았다. 우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론적으로 공부도 해서 후배들을 위해, 평창에서 도움이 될 실력을 갖추고 싶다. 하지만 일단은 쉬고 싶다.
-- 지도자가 될 마음도 있나.
▲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 번은 국가대표팀의 코치나 감독을 하고 싶다. 선수 생활을 막 마감하고 보니 아직 느낌이 살아있어서 이것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꼭 코치나 감독 자리가 아니더라도 평창올림픽에서 후배들이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
-- 평창올림픽에서 지도자로 나서고 싶은 욕심이 있겠다.
▲ 욕심은 없다.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지만 억지로 뭔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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