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위화가 길어올린 ‘무간지옥속 희망’
수정 2013-08-31 00:00
입력 2013-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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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문현선 옮김 푸른숲/304쪽/1만 3000원‘나는 오늘이 아주 중요한 날, 그러니까 내가 죽은 첫째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작부터 주인공이 죽어버린다. ‘허삼관 매혈기’로 세계 문단을 매료시킨 중국 작가 위화(余華·53)의 새 장편소설 ‘제7일’ 이야기다.
생사의 경계에서 양페이는 떠나온 세계, 이승에서 만난 인연들과 경험들을 하나씩 복기한다. 기차간에서 태어나 철로에 떨어진 갓난아기를 21세의 나이에 조건 없이 거둔 양아버지, 사랑했던 여인 리칭과의 짧았던 결혼 생활, 친부모와 재회했던 청년 시절 등 한 폭의 인생길이 단편 여러 개를 직조한 듯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며 극심한 양극화와 부정부패 등을 겪는 중국 사회의 극악한 단면을 벼려내 보여 준다. 산아 제한 정책으로 강제 유산돼 강으로 둥둥 떠내려온 태아들, 느닷없이 주거지를 강제 철거하는 정부의 횡포에 비명횡사한 부부, 화재 사고의 사상자 수를 엄폐하는 정부 때문에 죽음조차 묻힌 서민들, 죽은 여자친구에게 묘지를 사주기 위해 신장을 파는 남자 등 소시민들은 무간지옥이나 다름없는 현실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린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는 것도 살리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작가가 인간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믿음을 끝내 놓지 않는 이유다. 개인의 행복까지 포기하면서 양페이를 길러낸 아버지는 불치병에 걸리자 자식에게 짐이 될까 홀연히 떠난다. 남성 매춘부에게 살해된 경찰과 6개월 뒤 사형당한 매춘부는 죽어서 바둑을 두는 절친한 벗으로 변한다. 우리의 생을 충만하게 하는 것,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결국 ‘곁을 나눌 누군가’라는 진실이 빛나는 수작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08-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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