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사퇴, 정권교체 실현 위한 현실적 선택” =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직전인 오후 1시 연석회의를 긴급 소집, 당 관계자들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의 집권을 ‘국민의 재앙이자 역사의 퇴행’이라고 규정, 정권교체를 사퇴 명분으로 내세우며 투표 참려를 독려했다. 김미희 대변인도 “진보적 정권교체의 실질적 실현을 위해 현실적으로 이 선택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앞선 1, 2차 TV토론에서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히는 등 중도하차 가능성은 꾸준이 제기돼 왔지만 그 시점은 3차 TV토론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양자토론을 보고 싶어하는 국민들의 여론을 감안해 자리를 만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남은 기간 진보개혁세력의 결집이라는 대의를 호소할 예정이라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사실상 그렇게 비쳐질 것이라는 게 이 후보측 설명이다.
◇선거 판도 영향은 = 이 후보 지지층 상당수는 일단 문 후보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성향상 박 후보쪽으로 가기는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이 후보측 관계자도 “우리쪽 지지층은 투표율이 높은 집단으로, 최소한 60% 정도는 문 후보쪽으로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사실상 야권 총결집을 호소하면서 그의 종북 이미지가 자칫 문 후보와 겹쳐지면서 보수층의 결속력 강화로 이어지거나 중도ㆍ무당파의 문 후보 지지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박 후보측은 문 후보를 ‘종북세력과 손잡은 후보’로 몰아세우며 색깔론 공세를 폈다.
박 후보측 인사는 “야권에서 ‘문-안-심-이’ 등 잡탕식 연대가 형성되면서 이 후보에게 거부감을 느껴온 중도ㆍ무당파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전체적으로 (문 후보쪽에) 마이너스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문 후보로선 이 후보 지지층 흡수로 ‘현찰’이 생기는 측면 못지 않게 신용 리스크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입장에선 이 후보의 사퇴가 ‘계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선 2차례의 TV토론에서 이 후보와 선을 그어온 문 후보측도 유불리를 점치기 어렵다는 신중한 반응 속에 촉각을 세웠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전 후보가 사퇴했을 때와 달리 이 후보와의 ‘연대’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 후보측도 “문 후보측과 사전에 교감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보수세력은 결집이 다 된 상태로, 정권연장 대 정권교체의 전선에서 반(反) 새누리당 세력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후보 지지율이 문 후보에게 온전히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종북 본색이 드러났다’고 공격하는 상황에서 문 후보쪽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국고 보조금 27억원 먹튀 논란 = 당장 새누리당은 이 후보의 국고보조금 27억원 수령 문제를 고리로 먹튀 논란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를 통해 이 후보가 간접 지지의사를 표한 문 후보에게도 상처를 입히려는 계산도 읽혀진다.
박 후보측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의 사퇴로 국민들이 피땀 흘려 낸 세금 27억원이 낭비됐다”며 맹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측 김 대변인은 “이 법은 금권정치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법대로 할 것”이라며 반환 의사가 없음을 밝힌 뒤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원의 세금부터 내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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