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MB노믹스가 남긴 딜레마/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수정 2011-09-17 00:38
입력 2011-09-17 00:00
반면 국민 개개인의 주머니 사정은 더 팍팍해졌다. 지난해 3분기부터 실질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 대비 0.1%의 증가세에 머무는 등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올 2분기 중 은행 등에서 빌린 자금이 20조 9000억원에 이르는 등 소득은 늘지 않는데 돈 들어갈 곳만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은 3.5%로 비교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회원국 중 21위로 바닥권이다. 1990년대만 해도 20%대를 웃돌며 저축강국으로 꼽혔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한나라당이 감세 기조에 제동을 건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부 대기업과 특정계층만 배를 두드리고 대다수의 중소기업과 국민은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으로 분노에 가득 차 있는데 선거를 앞둔 정당이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MB정부 들어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명목세율이다. 기업들이 실제 부담하는 실효세율로 따지자면 지난해 국내 1위인 삼성전자는 12%에 불과하다. 10% 포인트는 각종 공제혜택을 받았다는 뜻이다. 현대자동차 17%, 포스코 18%, 현대중공업과 현대모비스가 각각 21%다.
민주당이 지난해 지방선거 이래 흥행에 재미를 보고 있는 ‘보편적 복지’의 원인 제공자는 양극화를 심화시킨 MB노믹스다. 승자 독식의 간극을 복지로 메우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표심잡기 전략이다. 민주당이 북치고 장구치며 앞서가면 한나라당은 허겁지겁 따라가는 형국이다. 이런 판에 재정건전성이니 유럽의 재정위기니 하는 상식과 경고음이 비집고 들 틈은 없다. 최선의 복지가 일자리임에도 일자리 창출의 전제인 성장률에는 정치권 모두가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MB정부가 내걸었던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 진입)에 대한 국민의 환멸과 분노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게다.
민주당은 지출을 과소 추계하고 재원 조달 규모를 과대 추계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해 앞으로 5년간 조세부담률을 1.2% 포인트, 국민부담률을 1.6% 포인트 높이겠다는 증세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1조 5000억원 규모의 대학등록금 지원, 비정규직 차별 개선, 취약계층 일자리 2만개 추가 공급 등 취약계층을 중점 지원하는 단편적인 복지대책 외에는 재집권 청사진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MB노믹스가 남긴 한나라당의 현주소이자 딜레마다.
djwootk@seoul.co.kr
2011-09-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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