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내준 한국육상
수정 2011-08-31 00:28
입력 2011-08-31 00:00
결선자 없어… ‘10 -10’ 달성 사실상 실패
애초 목표가 그리 거창했던 것도 아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어느 정도 발전한 모습만 보여줘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10개 종목에서 결선 진출자 10명을 내겠다는 ‘10-10’ 목표를 세웠다.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고 28년 만의 첫 메달도 은근히 기대했다. 한 육상 관계자는 “못 이뤄낼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이 정도 목표조차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선 진출 기대주들이 줄줄이 예선 탈락했다. 탈락도 탈락이지만 기록은 더 형편없었다. 대부분 개인 최고 기록이 자격 예선 기준치에 한참 모자랐다. 특히 육상 종목 대부분을 차지하는 트랙과 필드 종목에선 참가했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찾기 힘들어 보였다. 30일 오전에도 출전 선수들 전원이 일찌감치 탈락해 짐을 쌌다. 남자 1500m 신상민, 남자 높이뛰기 윤제환, 여자 세단뛰기 정혜경이 모두 자격 예선을 통과 못 했다.
10-10 목표가 세밀한 분석 끝에 나온 목표가 아니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한 관계자는 “4-4나 5-5 목표보다는 어감이 좋아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이왕 하는 거 시원하게 10으로 잡자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한국 육상 수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있었다면 이런 목표는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실제로 이번 대회 전까지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톱 10’에 진입한 건 5차례에 불과했다.
냉정한 현실 인식이 먼저 필요하다. 현재 육상-수영-체조 등 기초종목 가운데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못 따낸 종목은 육상뿐이다.
대구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1-08-3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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