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몸통수사’…‘정관계 로비’ 문열리나
수정 2010-10-29 11:57
입력 2010-10-29 00:00
임병석 그룹 회장의 개인 비리에 집중됐던 검찰 수사가 특혜대출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박병원(58),황영기(58) 두 전직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연결고리 삼아 본격적으로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회장은 국민의 정부에서 재정경제원 비서실장과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참여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제1차관 등 요직을 거친 뒤 2007년 3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을 지냈다.
그의 회장 재임 기간은 친동생이 사장으로 있던 C&중공업에 특혜 대출을 했다는 의혹을 사는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의 임기와 정확하게 겹친다.
이와 관련,검찰은 박 전 행장의 재임 기간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던 C&그룹에 2천200억원이 집중적으로 지원된 것이 박 전 회장의 재가 또는 암묵적 동의 없이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대출이 이뤄진 절차와 배경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기업 대출의 경우 우리은행 여신협의회에서 대출 자격 등을 심사한 뒤 행장이 최종 결정하도록 돼 있지만,서열구조와 의사결정 시스템상 모회사격인 우리금융지주 최고위층의 영향력이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실제 박 전 회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뒤인 작년 1월 회장 재임시절 특정기업에 대출 특혜를 제공하도록 은행 간부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감사원의 내사를 받았다.
검찰은 박해춘 전 행장의 전임인 황영기 전 회장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황 전 회장은 C&그룹이 컨테이너 제조업체인 ㈜진도(C&진도)와 건설업체 ㈜우방(C&우방)을 잇따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2004년부터 3년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직했다.
검찰은 황 전 회장과 C&그룹의 인연이 특별히 깊은 것으로 파악한다.사세 확장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C&그룹에 선뜻 거액을 대출해 주기로 결정한 사람도 황 전 회장이었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업계에서는 사실상 C&그룹과 우리은행의 ‘밀월관계’는 황 전 회장 재임 때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로 떠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우리금융그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해춘 전 행장이 여러 의혹을 받지만 사실 C&그룹을 우리은행의 거래처로 끌어들인 장본인은 황 전 회장”이라며 “당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무명 그룹의 손을 잡아줘 뒷말이 무성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들 두 사람이 폭넓은 정·관계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조사가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은 거액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공기업의 지위를 가지고 있던 터라 인사뿐만 아니라 대출 등 각종 업무에서 정관계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눈여겨보는 것이다.
박 전 회장은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30여년간 경제부처에서 재직하며 정계는 물론 재계에 폭넓은 인맥을 쌓았으며,황 전 회장은 참여정부 때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씨가 수제자로 삼을 정도로 특별히 아끼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런 배경을 토대로 C&그룹이 박 전 회장과 황 전 회장에 직접 대출 로비를 했거나 정·관계를 통해 이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대출을 성사시켰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두 전직 수장들을 연결고리로 수사의 최종 목표인 정관계로 나아가겠다는 검찰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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