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불만이 극에 달한 이군은 아버지만 없으면 어머니 최모(38)씨 등 다른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에 범행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범행 이틀 전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 8.5ℓ를 구입해 자신의 방에다 숨겨놓고 기회를 엿보던 이군은 20일 저녁 꾸짖음이 반복되자 그날 밤 아버지가 자는 안방과 거실에 휘발유를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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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꾸중에 중학생 방화…가족 4명 사망 중학생이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가 공부하라며 폭행한 데 앙심을 품고 집 안에 불을 질러 잠자던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진은 용의자 이모군이 방화 직후 계단을 이용해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모습. 연합뉴스
라이터로 불을 지른 뒤 다른 가족을 깨워 밖으로 피신시키려 했지만 순식간에 집안을 가득 채운 불길에 겁을 먹어 포기하고 혼자 아파트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결과는 참혹했다.아버지는 물론 어머니와 여동생(11)의 시신은 완전히 타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안방과 거실에서 떨어진 문간방에서 자고 있던 할머니 박모(74)씨는 119 구급대에 의해 근처 한양대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범행 후 근처를 배회하다 1시간30분만에 집으로 돌아온 이군은 신고를 받고 온 경찰과 주민들 앞에서 통곡을 하며 범행을 숨기려 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이군이 이틀 전 휘발유가 든 생수통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과 범행 뒤 생수통을 현관 근처에 버리고 달아나는 장면이 담긴 아파트 CCTV를 확보하고 있었다.
결국 이군은 경찰의 집요한 추궁에 범행 일체를 자백할 수 밖에 없었다.
이군이 다니는 성북구 소재 모 중학교 교감은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맑은 성격을 가진 아이였다.평소 문제를 일으키거나 결석도 없는 평범한 아이였는데 이런 일을 벌이다니 황당하고 가슴아플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