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프랑스의 집시추방 논란에서 배우자/함혜리 논설위원
수정 2010-09-25 00:00
입력 2010-09-25 00:00
프랑스의 집시 추방 논란은 다민족 사회를 맞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프랑스는 과거 정치적 망명자들에게 매우 관대했고,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알제리와 모로코 등 과거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인 결과 일찌감치 다문화·다민족 사회가 됐다. 그러나 이민자들을 프랑스 사회에 완전히 통합하는 데는 실패했다. 대부분 이민자들은 주류 사회에 진입하지 못하고 대도시 외곽에 모여 살면서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유지했다. 프랑스 국적을 가졌고 프랑스식 교육을 받았지만 이들은 ‘2등 국민’으로 남았다. 차별과 소외 속에 쌓인 불만은 2005년 가을 파리 교외지역 소요사태로 폭발했다. 당시 내무장관이던 사르코지 대통령은 불법 체류자들을 색출해 추방하겠다고 공언했고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집시 추방도 그 연장선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들이 꾸준히 늘면서 2009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이 117만명에 이른다. 다문화가정은 2020년이면 국내 인구의 5%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프랑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다문화 가정의 사회통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세들이 차별과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다문화청이나 이민청 같은 독립기구의 설립 추진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제도나 정책이 아무리 갖춰진들 사회 구성원들이 받아들여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 아내를 먼저 보내고 세 아이를 키우다 비관 자살한 ‘흑진주 아빠’ , 폭력 남편에 목숨을 잃은 베트남 새댁과 몽골인 이주여성 같은 희생자들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맞을 준비가 안 됐다는 증거다. 공직자들에게 공정 사회를 실현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게 공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게 진정한 공정사회다.
lotus@seoul.co.kr
2010-09-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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