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경영복귀 한 달…삼성엔 어떤 변화?
수정 2010-04-21 08:38
입력 2010-04-21 00:00
오는 24일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퇴진 선언 23개월 만에 위기론을 주창하면서 경영에 복귀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이 회장은 경영복귀 발표 당시의 요란했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뚜렷한 경영상의 행보를 보이지 않은 채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日 재계 지도자 회동 후 해외 출장길..’조용한 한 달’
이 회장은 삼성 특검 사태로 퇴진을 선언한 2008년 4월 이전에도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자택 근처에 있는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경영을 챙겼다.
일각에선 그가 현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삼성 경영에 복귀한 만큼, 이전의 모습과는 다른 활발한 대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복귀 한 달을 맞았지만, 이 회장의 동선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한 달 동안 대외적으로 드러난 이 회장의 움직임은 지난 6일 저녁 승지원에서 일본 재계단체 게이단렌(經團聯) 회장 내정자인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스미토모화학 회장을 만난 것이 유일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직 일본기업으로부터는 더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고는 이튿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하러 간다며 수행비서만 대동한 채 전용기편으로 훌쩍 유럽으로 떠났다.
이달 말까지 이탈리아와 스위스에 머물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현지 움직임은 전혀 노출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의 은둔 행보와 맞물려 그를 보좌할 조직의 윤곽도 안갯속이다.
삼성은 애초 이 회장의 경영복귀를 계기로 사장단협의회 산하의 업무지원실, 커뮤니케이션팀, 법무실을 각각 업무지원실, 브랜드관리실, 윤리경영실 등 3실 체제로 확대개편해 회장 보좌기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물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물론,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삼성에는 작은 듯 보이지만 큰 변화들이 있긴 했다.
블로그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활동을 강화하는 등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대외 소통채널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아울러 일부 계열사에선 ‘경영진단’을 하는 등 ‘신발끈 조이기’에 나선 분위기도 감지됐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복귀 후 첫 공식행사로 몇 가지를 놓고 검토했지만 다른 일정 문제와 ‘천안함 사태’ 등 여러 상황이 겹쳐 일단 보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행보는..신경영 구상 나올까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 대부분이 올 1분기에 좋은 실적을 냈지만 삼성 내부적으로는 이 회장이 내세운 ‘위기론’에 매우 진지하게 감응하고 있다.
위기론의 한 근거로 꼽힌 스마트폰 사업 등에서 경쟁업체를 압도할 특화상품을 서둘러 키워야 하고, 경기변화 시점을 맞아 반도체와 LCD 부문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할지도 결정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이 회장이 동계 올림픽 유치 활동을 이유로 경영복귀 후 선택한 첫 해외 출장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방문 전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먼저 간 것으로 알려졌다.
밀라노는 이 회장이 5년 전인 2005년 4월 주요 사장단을 모아놓고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었던 곳이다.
당시 월드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을 경영 목표로 제시하면서 “디자인, 브랜드 등 소프트 경쟁력을 강화해 기능과 기술은 물론 감성의 벽까지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조경쟁력에선 글로벌 경쟁업체들을 앞선다고 자부하고 있는 삼성이지만 애플 등 세계 IT 기업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것은 이 회장이 5년 전 강조했던 ‘소프트 경쟁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위기극복을 경영복귀의 이유로 내세운 만큼 삼성이 지향해야 하는 투자 방향이나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신수종 사업 등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화두를 던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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