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기초의원만이라도 정당공천 폐지하라/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수정 2010-02-22 00:44
입력 2010-02-22 00:00
지방선거를 국정안정론 대 정권심판론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는 다음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선거에서 하는 것이 옳다. 지방선거의 쟁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는 지역의 이슈가 되어야 한다. 지방의원 정당공천제도 지방정치를 중앙에 종속시키는 문제가 있다. 정당공천제를 함으로써 책임있는 정당정치를 실현하고 유권자에게 판단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하나,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국회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의원들에게 지방의회까지 책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이다. 또한 정당들 간 선거공약이 별반 차이가 없는데 정당공천을 한다 하여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지방까지 중앙의 패거리 정치 속으로 편입시키는 부작용이 더 크다. 무엇보다 지방의원들이 지역 유권자를 위해 일하기보다 자신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정치인의 수족 노릇에 더 열심인 게 문제이다. 지방의원을 주민을 위해 일하는 대표로 되돌려 주기 위해서는 적어도 기초의원만이라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
공명선거 실현을 위한 중앙선관위의 선거운동 규제도 방향이 잘못되었다. 지방선거의 경우 선거 과열보다는 선거 무관심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중앙정치에 대한 불신이 지방선거에까지 이어져 있다. 지방선거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니 당연한 일이다. 교육감과 교육의원까지 함께 뽑는 선거제도도 문제다. 6·2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1인 8표를 행사해야 한다. 제대로 선택하자면 수십명의 후보자들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후보들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다. 그러다 보니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일괄투표 현상이 나타난다. 1인 6표를 행사한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일괄투표가 많았는데,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지려면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의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야 한다. 우선 13일의 선거운동 기간은 수십명의 후보자를 파악하기에는 턱없이 짧다.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대통령선거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주어야 할 것이다. 후보자 이외에 누구든지 정당 또는 입후보자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도록 한 선거법도 개정되어야 한다. 유권자의 자발적 선거운동을 제한하면 조직선거, 동원선거가 판을 치게 된다. 후보자에 대한 의사표시는 자유롭게 하되 그 내용이 허위사실이나 근거 없는 비방일 경우 엄정하게 처벌하면 될 것이다.
지방선거를 도입한 본래의 취지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었다.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하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첫걸음이다. 지방선거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중앙정치에서 탈피하여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우리지역의 선거가 되어야 한다.
2010-02-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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