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상 강하게 전달하기보다 깊이 있는 음악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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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6-19 00:52
입력 2009-06-19 00:00

디토 앙상블에 합류한 피아니스트 지용

귀에 크리스털 피어싱을 달고 치아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얼굴이나, 협연하는 ‘형들’(디토 앙상블) 앞에서 엉덩이를 씰룩대는 모습은 영락없이 발랄한 10대다. 그러나 음악 얘기를 하는 순간은 더없이 점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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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지용
피아니스트 지용


지난 16일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지용(18)은 인터뷰 내내 ‘유쾌’와 ‘진지’ 모드를 오갔다. 아홉살 때부터 미국 뉴욕에서 살았기에 한국말보다는 영어를 편하게 느끼지만 한국말로도 ‘나름대로 또박또박’ 할 말은 다 하는 소년의 이미지다.

“디토 앙상블에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재미있겠다 싶어서 선뜻 수락했어요. 실내악은 무척 매력적이거든요.”

지난해 여름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실내악에 눈을 떴다는 그는 실내악 예찬론을 술술 펴낸다. “연주자들이 서로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섬세하게 연주하는 게 실내악이지요. 오케스트라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청중들이 집중해서 볼 수 있고 연주자들이 조화롭게 연주하면 듣기도 좋죠. 특히 디토 멤버들은 다들 대단한 솔리스트잖아요. 그런데도 협연하면서 서로 존중하며 튀지 않으려고 절제하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워요.”

27~2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디토 페스티벌을 기다리는 팬들만큼 그도 이 연주회를 무척이나 기대하는 이유이다.

“어렸을 때부터 무대에 서는 것이 떨리기보다는 너무 편했다.”는 그는 무대를 ‘또 다른 집(home away from home)’이라고 표현한다. “음악을 하는 게 너무 좋다. 음악이 없으면 못살 것 같다.”고 엄살을 떨다가도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려고 하는 것보다 진정 음악을 즐기고,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는 음악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어른스럽게 말한다.

공연이 끝난 뒤 “넌 정말 음악을 즐기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쁘단다.

요즘은 하루에 4~5시간 연습하고 주말에는 친구를 만나며 논다. 음악만 아는 ‘건방진 음악가’가 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삶에 대해 알고 싶어 라마포와 미들랜드 파크 같은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해 많은 친구를 만났다.

이런 생각에는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늘 겸손하고, 음악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하라고 하셨죠. 제가 가진 재능은 하느님의 선물이니 다시 누군가에게 돌려줘야 한다고요.” 그래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타이즈 재단을 통해 ‘지용 펀드(The Ji-Yong Fund of the Tides Foundation)’를 만들어 자선공연이나 기부 행사를 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영아티스트 콩쿠르 최연소 우승, IMG의 최연소 연주자 등 늘 ‘최연소’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그는 이제 줄리어드 음대에 진학하며 어엿한 대학생이 된다. 올해 국내에서는 8월과 10월 공연이 잡힌 상태. 내년에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누비며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2009-06-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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