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마다 화장하는 남자
수정 2009-03-29 00:00
입력 2009-03-29 00:00
서울 강남의 한 예식장에서 주례를 할 때의 일이다. 주례사가 끝나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올리는 차례였다. 사회자가 신랑에게 그동안 예쁜 딸을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장모님을 업어 드리라고 하자 신랑은 장모님을 번쩍 업어 드렸다. 이어서 신랑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데 사회자가 아무 말 없이 그냥 넘어가자 신랑 어머님이 대뜸 “나도 아들 잘 키웠는데 난 왜 안 업어 주느냐!”며 항의하셨다. 순간 정적이 흐르고 내 등엔 식은땀이 흘렀다. 당황하던 신랑이 허둥지둥 어머니를 업어 드리자 아들 등에 업힌 어머님은 입이 함박만 해지며 좋아하셨고 그 바람에 식장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어 사건은 잘 마무리되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결정한 일이기에 언제나 신바람 나지만, 주례사를 작성할 때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매일 신문과 책을 샅샅이 읽는데 최근 좋은 글귀를 찾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야 하지만 오래 가려면 함께 가야 합니다. 기러기는 먼 곳으로 이동할 때 함께 질서정연하게 리더를 따라 날아가는데 끼룩끼룩 소리를 내는 것은 힘내자고 영차영차 하는 소리라고 합니다. 새로운 인생길을 출발하면서, 먼 길을 떠나는 기러기처럼 서로 믿고 격려하며 살아가세요.’ 더불어 나도 주례인으로서의 길을 힘차게 걸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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