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유럽의 이민자들
수정 2008-11-27 01:08
입력 2008-11-27 00:00
“20년 살았는데 관광객·유학생으로 대해”
서울신문포토라이브러리
●이민 2세대 탈선,사회 문제화
‘게르만’으로 상징되는 독일에서 지난 수십년간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최대의 문제는 ‘이민’이었다.특히 터키를 중심으로 한 무슬림 이민자들은 숫자와 비중 모두에서 독일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사회적 불만이 높은 대표적인 잠재세력으로 평가되고 있다.60년대 광부나 제철 노동자로 독일에 왔다가 정착한 터키계 독일인들은 전체 인구의 3.3%에 해당하는 270만명에 이른다.독일 어느 도시에서나 터키인이 운영하는 케밥집을 쉽게 찾을 수 있고,공원이나 역 주변에서 터키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마부르크 대학에서 정치학을 연구하고 있는 김기민(37) 박사는 “최초로 독일에 들어온 터키인들은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광부 등 기술노동자였고 확실한 직업이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2세들의 경우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공부를 하고 독일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직업을 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부모 세대의 높은 교육열로 인해 엘리트화된 일부는 독일의 젊은이들과 본격적인 경쟁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고,소외된 상당수의 2세들은 탈선을 일삼고 있다.김 박사는 “독일은 기본적으로 터키인들을 ‘방문 노동력’으로 인식했다.”면서 “최초 접근 자체가 외국인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이들을 사회로 통합하려는 정책적 변화 역시 굉장히 늦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실제로 독일 정부가 본격적인 통합정책에 나서 터키계 노동자들이 독일 내에서 낳은 2세들에게 국적을 부여한 것은 채 5년도 되지 않는다.
프랑스 역시 비슷한 길을 겪었다.프랑스는 1950년대 초반 식민지였던 알제리,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노동자들을 데려왔다.이들이 프랑스 사회에 정착을 원하면서 70년대에 프랑스 정부는 본국의 가족을 데려올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회통합 작업에 착수했다.그러나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지는 못했고,이는 사회적 불만으로 누적돼 2005년의 폭동 사태까지 불러일으켰다.
●佛 이민자 DNA검사 등 비인권적 조치 시도
유럽 이주 노동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은 현재 유럽 인구의 3% 수준이지만 2025년이면 1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이민 증가세는 줄어들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의 저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무슬림 인구 비중을 높이고 있다.특히 숫자가 늘어난 무슬림들이 일자리를 차지하면서 각 나라 원구성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일부 국가에서는 이같은 국민정서를 반영해 이주 장벽을 높이는 비인권적인 조치들도 시도되고 있다.프랑스가 시도하는 이민자에 대한 DNA검사와 독일의 어학능력평가 등이 대표적이다.KIST 유럽연구소 변재선 실장은 “미국,일본이나 한국 같은 국가의 경우에는 이같은 시험이 필요없지만 개발도상국은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서 독일어 공부를 시켜야 한다.”면서 “분명한 차별이지만 일부 시민단체를 제외하고는 침묵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밝혔다.
김기민 박사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역할 강화는 물론 이같은 문제를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민자 출신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현재 프랑스는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가 500만명이 넘지만 현직 국회의원은 1명에 불과하고 독일 하원 의원 613명 중 터키계는 5명에 불과하다.김 박사는 “최근 독일 녹색당의 당수로 터키계인 젬 외즈데미르 의원이 당선됐는데,이는 아주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바마가 미국 내 소수민족들에게 할 수 있다는 힘을 심어준 것처럼,유럽 내의 소수민족도 강력한 계기가 있어야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kitsch@seoul.co.kr
<특별취재팀> 미래기획부 손성진부장(팀장)·이도운차장·류지영·박건형·정현용기자·도쿄 박홍기·파리 이종수특파원·국제부 박홍환차장·사회부 안동환·이재연기자·문화부 박상숙기자
2008-11-27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