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원 칼럼] 북한 붕괴, 그 최악의 시나리오
수정 2008-11-20 00:00
입력 2008-11-20 00:00
10년 후, 북한 땅의 학생들은 “북한은 원래 중국 땅이며 북한 역사는 중국사의 일부”라고 배운다. 어른들 중에도 “우리가 중국인이 되기 전에 굶어죽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제 어느 가정에나 보급된 대형 TV 앞에 앉은 ‘옛 조선 인민’은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초강대국인 그들의 조국 중국에 자부심을 느낀다.
지난 9월 이후 김정일 위원장의 중병설이 계속 이어지면서 김정일 사후 북한의 운명에 관한 각종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그 시나리오들은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어도 큰 흐름에서는 비슷하다. 김 위원장 생전에 후계구도를 안착시킬 시간 여유가 없는 한 지배층 내부의 권력투쟁 발생은 불가피하며 결국 몰락의 수순을 밟으리라는 것이다.
북한은 분단 이후 60여년 동안 ‘유일한 지도자 동지’ 두 명이 대를 이어 통치해 온,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전체주의 국가이다. 그런 나라에서 지도자 동지가 사라졌는데 후계자(집단)가 전임자와 같은 권위·권한을 갖고 개혁·개방을 강력하게 추진, 부강한 국가를 재건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북한이 국가 체제를 더이상 유지하기 힘든 상태에 빠졌을 때 주민들과 권력층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한국과 손을 잡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에 기대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 체제가 무너지면 자연스럽게 통일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은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북한정권 수립 이후 가장 많이, 또 꾸준히 경제원조를 했으며 6·25때는 함께 피를 흘린 혈맹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사회주의 형제국’이다. 게다가 중국 국적을 갖고 상대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조선족이라는 역할모델도 있다. 중국에 통합되더라도 거부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한겨레 국가이기는 하나 여전히 주적이요, 그 배후에는 ‘원쑤’인 ‘미제’가 도사리고 있다.
앞으로 몇년이 남북이 통일될지, 북한이 중국에 넘어갈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세월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정부건 민간 차원이건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동족의식을 북돋우는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북한이 붕괴해 중국에 귀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는 길은 그것뿐이다.
수석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8-11-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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