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하나에 떠난 첫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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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10-28 09:49
입력 2008-10-28 00:00
마을 회관 사랑방에는 오늘도 한마디씩 앞다투어 이야기들이 줄을 잇는다. 이야기의 중심화제는 당연히 여행이다. 거기에 나는 아무런 자리도 없다. 여행 한 번 가보지도 못한 내가 아닌가. 지금은 시대가 좋아 예식만 끝나면 외국 유명한 곳으로 황홀한 여행을 가지만 내 나이 때는 호사스런 결혼식은 고사하고 끼니 찾아 삼시 세 끼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세월이었던 것을. 나보다 세 살이 많은 남편의 친구들은 환갑에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며 우리에게 같이 가자고 권해왔지만 나는 거절해버렸다. 달마다 갚아야 하는 대출이자는 어쩌고 여행을 간단 말인가. 일행에 어울리지 못한 아내에 대한 배려일까, 남편은 내 생일 때 꼬옥 여행을 가자고 했다.

그깟 여행이 뭐간디. 자동차 타고 떠나면 여행인 것을. 그래서 내 나이 예순하나에 처음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여행 도구 하나 챙기지 않고 직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노부부가 단둘이 떠난다는 즐거움에 버스 안 손님들의 퀴퀴한 땀 냄새도 옆자리의 시끄러운 잡음도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의 도착지는 백 리도 안 되는 거리였지만 그래도 여행은 여행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그곳은 읍 장날이었다. 난 풀빵 굽는 가게에서 호떡을 샀고, 멋진 음식은 아니지만 고소한 호떡의 행복에 웃었다. 남편도 덩달아 천하제일의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길거리 옷 가게에서 몸빼바지도 오천 원에 사고 찬거리도 사고 하루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버스 안에서 남편은 내 굳은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이것이 부부 연으로 살아온 41년 동안 함께한 첫 나들이였다. 비행기 타고 여행 간다고 이런 금쪽같은 행복이 올는지. 시장 물건이지만 장사꾼들이 부르는 정가를 깎아서 산 물건이니 이것도 부부가 여행에서 얻은 행복이다. 긴긴 세월 살아오는 동안 힘들고 언짢을 때면 참 많이 타드락거리며 속상해했는데… 지금 와 생각하니 그것이 부부의 연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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