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jing 2008] 출발 늦어도 일단 뛰면 ‘노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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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기자
수정 2008-08-22 00:00
입력 2008-08-22 00:00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는 1980∼90년대 세계 육상영웅 칼 루이스(47·미국)와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다. 칼 루이스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9개를 따낸 20세기 말 가장 위대한 스프린터로 꼽힌다.

칼 루이스는 20세기 말, 볼트는 21세기 초의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추앙받지만 100m가 전공은 아니다. 각각 200m(볼트)와 멀리뛰기(루이스)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뒤 ‘육상의 꽃’인 100m로 영역을 넓혔다. 이런 탓인지 두 사람은 모두 스타트가 약하다. 볼트는 베이징 올림픽 100m 결승전에서도 꼴찌에서 두 번째인 0.165초의 늦은 출발을 했다. 현역시절 칼 루이스의 굼벵이 스타트는 이미 유명한 사실.‘스타트가 반’인 100m에서 슬로 스타터란 점은 치명적이지만 두 사람 모두 일단 속도가 붙으면 브레이크가 없이 튀어나간다는 점에서 약점은 상쇄된다.

또 두 사람은 처음 참가한 올림픽에서 괴물이라 불리며 최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루이스는 23살 때인 1984년 LA 올림픽에서 신화를 만들었다.100m(9초99),200m(19초80),400m계주(37초83)와 멀리뛰기(8m54)에서 1위에 올랐다.

볼트 역시 만만찮다. 볼트는 올해 4월 연습 삼아 세 번째로 뛰어본 100m에서 9초76을 찍었다. 급기야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IAAF 그랑프리 100m에서 9초72란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뒤늦게 베이징올림픽에서 100m와 200m 동시 출전을 결심한 그는 지난 16일 100m 결승전에서 9초69를 기록, 최초로 9초6대 시대를 열었다.20일 200m에서는 특유의 타조타법으로 19초30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다시 한 번 세계기록을 갈아엎었다.

레이스를 마치고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지을 줄 아는 긍정적인 성격도 닮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을 등가로 평가하기엔 이르다. 성실한 천재의 대명사 칼 루이스의 달리기는 16년간 계속됐다. 덕분에 올림픽 9관왕, 세계선수권대회 8관왕이란 신화를 쓰며 누구보다 명예롭게 은퇴했다. 하지만 데뷔와 함께 2개의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등장한 새 영웅이 그만큼 성실히 달려줄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스포트라이트는 볼트를 비추고 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8-08-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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