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세대를 말하다] 인터넷의 힘… 연령초월 ‘P세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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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기자
수정 2008-07-18 00:00
입력 2008-07-18 00:00
문화

“서태지가 컴백한다.”는 소식에 ‘서태지 세대’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태지 오빠’의 부활에 대한 감격, 또 하나는 가버린 세월의 무상함에 대한 한탄이었다. 1992년 데뷔와 함께 한국 대중음악에 혁명을 일으켰던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신세대로 사회 전면에 등장한 서태지 세대도 어느새 30대 중반의 나이로 접어들었다.

“텔레비전 광고에 서태지가 나오기에 아들 앞에서 왕년의 회오리춤 실력을 뽐냈다가 ‘아빠 뭐하는 거야, 쩔어!’라는 핀잔만 들었어요. 그런데 ‘쩐다’는 게 무슨 뜻이죠?(쩐다:‘기가 막히다, 심하다’ 정도로 해석되는 은어로 상대방이나 상황이 아주 좋을 때나, 반어법으로 아주 나쁠 때도 쓰는 말)”아직 아빠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다가 아들과의 세대 차이만 절감했다는 김모(36)씨의 얘기다. 김씨는 “솔직히 그때는 왜 상표 안 뗀 벙거지 모자를 그렇게 죽도록 썼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울 뿐이지만 당시에는 지저분하다며 타박하는 부모님이 구식으로만 느껴졌다.”고 말했다.

모든 세대는 고유한 문화를 공유한다. 그리고 그 문화는 대개 성인이 될 무렵의 경험이 주가 된다. 기성세대는 언제나 젊은 세대를 별종으로 인식하지만, 그들 역시 그 순간에는 별종이었다. 젊은이들이 본격적으로 “너희 참 유별나다.”라는 말을 듣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청년 문화가 출현했을 때부터였다. 청바지와 통기타, 포크송, 생맥주, 미니 스커트, 장발, 나팔바지 등으로 상징되는 당시 청년 문화는 유별나다 못해 독재정권의 단속과 통제로까지 이어졌다.

71학번인 오현희(56·여)씨는 대학시절을 돌아보며 “지금 보면 촌스럽기도 하지만, 우리는 시위하면서도 낭만이 있었다.”면서 “경찰과 대치하면서도 서로 고생한다는 말도 해주고, 폭력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1980년대의 청년문화는 대학의 운동권 민중문화로 기억된다. 자유분방함은 사라지고 비장함이 앞서던 시기였다.

이우현(48)씨는 “당시는 인권도, 자유도 없는, 저항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다.”면서 “선배 세대처럼 낭만을 찾지도, 후배 세대처럼 물질적 풍요의 혜택을 보지도 못한, 어떻게 보면 불행한 세대지만 온몸으로 우리 역사의 격변기를 겪은 세대라는 자부심도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들어 ‘오렌지족’과 ‘서태지 세대’ 등 이른바 신세대가 나타났다.90년대 중반에는 ‘X세대’가 등장한다. 전자매체에 의해 양육된 최초의 세대인 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관념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세대로 완전히 다른 ‘신인류’로 취급될 정도였다.

젊은 세대의 문화와 특성을 규정하려는 노력은 N세대(네트워크 세대)와 W세대(월드컵 세대)를 넘어 P세대(Passion, 열정·힘·참여의 세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P세대는 다른 알파벳 세대와 달리 특정 젊은 연령층만을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2003년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17∼39세를 의미한다. 이 세대는 386세대의 사회의식과 X세대의 소비문화,N세대의 라이프 스타일 등이 융합된 특성을 지닌다.

서지현(27·여)씨는 “X세대 이후로 무슨무슨 세대라는 말로 젊은 세대를 규정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은데, 사실 20대 젊은이들은 Y세대로 정의되지만 그와 함께 N세대이고, 동시에 W세대이기도 하다.”면서 “인터넷을 다룰 수 있는 세대는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큰 세대 차이를 느끼지는 않지만, 반대로 내가 나이가 들어도 기성세대와의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세대갈등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1970년대 초 청년문화가 등장하면서부터인데 최근에는 2002년 대선이 계기가 됐다.”면서 “이로 인해 기성세대가 대표하는 보수와 젊은이들이 대표하는 진보의 대립양상이 격해진 측면이 있지만, 이렇게 차이가 드러나는 방식을 통해 사회가 발전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8-07-18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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