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고 친구시켜 “내아내를 범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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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6-02 00:00
입력 2008-06-02 00:00

하늘아래 처음보는 해괴한 사건

「내 아내를 범해다오…」일금 1만원의 청부금까지 주면서 아내를 건드려 달라고 교사한 남편은 꾀임에 빠지지않은 아내의 정숙이 오히려 미웠다. 그 미움은 드디어 처형·처제에까지 주먹세례로 번졌는데, 하늘아래 처음보는 이 해괴한 사건의 전말은….

관상장이 가장해 접근전 “이혼하소” “셋방좀 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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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해괴한 사건을 하청받은 이수태(李守泰)씨(34·가명·경남 밀양군)가 이상인(李常人)씨(31·가명·대구시 칠성동)의 집을 찾아 이씨의 아내 김분옥(金粉玉)여인(28)에게 가짜 관상장이 노릇을 하면서 농락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 희극3막을 경찰조서에서 간추려 옮겨본다.

제1막(7월19일 상오11시)

『아주머니 사주관상을 보이소』(강요하다시피 마루에 걸터 앉는다)

『허어 부부간의 금슬이 나쁘겠소』

『!…』

『자궁에 탈이 있긴 하오만 남편때문에 무자식이라…당신 관상을 보니 남편의 정력이 부족하겠으니 일찌감치 이혼하이소』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난처해하는 김여인의 왼손목을 덥석 잡는다.

『이래도 그사람과 살겠소?』

황망히 손목을 뿌리치는 바람에 가짜 관상장이는 돌아갔으나.

제2막(7월21일 상오11시50분)

『…』

(관상장이 혼자말로)

『이런, 고독속에서 청춘과부로 늙겠다』

『…』

『나캉 1시간만 만납시더. 신도극장에서 만날끼요, 철둑에서 만나줄끼요? 이렇게 애원해도 안되는기요?』

드디어 성난 김여인 말

『남편있고 시어머니 모신 여자에게 이 무슨 짓입니까?』

제3막(7월22일 상오10시)

숫제 이날은 「러닝·셔츠」바람으로 들어와서

『그럼 아주머니 셋방이라도 하나주소』

『?…』

『그것도 안된다면 앗다 아주머니 동생이라도 주이소고마』

시어머니도 알고 집비워

영문모르게 당하곤하는 치한의 성화에 견디다못한 김여인의 고발로 뛰어온 파출소 순경에의해 관상장이는 즉결 재판에 넘겨지고 말았지만 배후 조종자인 남편은?

희극3막이 있기 좀전인 7월중순 어느날 대구시 칠성시장에서 청과물상을 하는 남편 이씨는 같은 장터에서 안면이 있는 냉차장수 이씨를 대폿집에 초대해 자기 아내를 범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처음 냉차장수 이씨는 어리둥절했으나 차근차근 간절하게(?) 말하는 설명을 듣는동안 이 남편의 엉뚱한 속셈에 납득(?)이 갔다.

『?』

그러나 차마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는 순간 홀아비 냉차장수의 손에 1백원짜리 한다발이 살짝 쥐어졌다.

이윽고 「뽕도 따고 님도 보게 된것」이라고 생각한 냉차장수는 돈을 건네준 남편의 손을 꼭 쥐면서 다짐했다.

『정말 당신 마누라 건드려도 뒷말 없는 거지요』

이렇게 해서 치사한 협상은 마지막 다짐을 하기에 이르렀다. 남편 이씨는 『이사람아 걱정도 팔자다, 우리 어머니도 다알고 있는 일이라…당신가는 시간에는 집에 아무도 없을거다』고 다짐을 다시한번 보장해 주었다.

이토록 해괴한 음모가 또 있을까?

그럼 아들과 시어머니가 공모해 간부를 사들여 가면서까지 아내와 며느리를 쫓아내려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남편측의 말은 결혼한지 3년이 되도록 아기를 낳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여기에다 하루종일 가야 열마디 말도 않을만큼 여자가 무뚝뚝하고 애교가 없으니 무슨 재미로 데리고 살것인가, 이것이 첨가된 또하나의 이유였다.

과부와 사귄다는 소문돌고 알몸으로 쫓아내려는 연극

그러나 2~3개월 되어야 잠자리 한번 돌아 올만큼 남편이 멀리하는데 어떻게 어린애를 가질수 있겠으며. 무슨 재미가 있어 웃고 살겠느냐는 것이 김여인의 주장.

그녀는 알고보니 가짜 관상장이의 연출동기도 약점을 만들어 위자료없이 쫓아낼 작정으로 꾸며진 것이었다고 분개하고 있다.

한번은 그녀의 형부와 제부가 이러한 사정을 항의하고 나섰으나. 오히려 이씨에게 손찌검만 당했다는것. 그래서 이씨를 고소했다. 김여인 언니와 동생은 『그놈이 시장에서 자면서 같은 장터안의 과부와 놀아나고 있는것』이라고 경찰에서 김여인이 괄세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남편 이씨는 시골서 국민학교 5학년때 아버지를 잃고 중학을 다니다 중퇴. 농사일을 돌보다가 5년전 가산을 정리, 대구 칠성시장으로 이사를 한뒤 청과물 상회를 하기 시작했다.

또 시장부근에 4칸짜리 집도 마련해 편모와 함께 남부럽지않은 생활을 해왔다.

그러던중 이씨가 28세되던 해 친척의 중매로 김여인을 알게되었다.

이씨는 나이도 나이일뿐아니라 편모 아래에 있기때문에 어머니로부터 하루가 멀다고 결혼 독촉을 받아 오던 처지.

이씨와 김여인은 두달가량의 교제기간을 가지고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신혼살림을 차린 이씨는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밤12시가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이때문에 천성이 과묵한 성격인 부인과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는 나눌 겨를도 없었고 날이 갈수록 부부사이의 거리는 멀어져만 갔다.

그러던중 이씨는 시장에서 가게를하는 어느 과부를 알게됐고 깊이 사귀게됐다는 소문.

이씨는 이 과부를 안 뒤부터 김여인이 보기조차 싫어졌고, 끝내는 편모와 합의(?)아래 따돌릴 결심을 했을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김여인은 『남편이 마음을 돌려 돌아올 날만 기다릴뿐』이라면서 고소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마지막 기대를 걸고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간통허가는 거부했어도 남편의 간통은 허가한다는 것일까?

<대구(大邱)=임양은(林樑銀) 기자>

[선데이서울 71년 8월 22일호 제4권 33호 통권 제 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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