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히트작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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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린 기자
수정 2008-05-31 00:00
입력 2008-05-31 00:00

‘결혼의 실체와 환상’ 곱씹어 보기

“바비, 바비.” 뮤지컬 ‘컴퍼니’(8월17일까지·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의 다섯 커플은 공연 내내 바비(로버트의 애칭)를 불러 댄다. 서른다섯 골드미스터인 남자. 친구들은 그에게 결혼하라고 채근하면서도 내심 싱글로 남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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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거나 엽기적이거나, 귀엽거나 푼수 같거나. 저마다 다른 결혼 생활을 엮어가고 있는 커플들은 로버트에게 “그게 결혼”이라고 가르친다.TV드라마 ‘사랑과 전쟁’에서 처럼 굴곡 많은 커플, 로버트와 그의 세 여자친구의 에피소드가 단막극처럼 겹쳐진다. 주연과 조연의 구분을 없애고 기승전결은 간단하게 무시한 ‘컴퍼니’의 낯선 전개는 시간이 지날수록 물 흐르듯 매끄럽게 객석을 감아 돈다.

무대는 단순하고 현대적이다.V자형 무대에 조명과 등받이 없는 소파만 덜렁 놓였다. 암전은 드물고 의상 전환도 없다. 배우들은 퇴장하지 않고 무대 바깥 의자에서 ‘대기모드’를 취한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미국 뮤지컬계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1970년 히트작. 일반 관객보다는 마니아들이 특히 열광하는 작품인 만큼 제작진은 ‘대중성’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그러나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과는 반대로 잘 구축된 캐릭터들이 웃음과 공감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애들 망쳐대는 결혼, 살빼자는 삽질, 바람 피는 뻘짓, 그게 결혼”처럼 감각적인 말맛을 살린 대사도 귀에 쏙 들어온다. 결혼의 실체와 환상 그리고 환멸에 관한 사실적인 대사도 곱씹어볼 만하다.



여자는 ‘쎄고’ 남자는 ‘약하다’는 손드하임 뮤지컬의 인물 특성은 ‘컴퍼니’에도 여지없이 적용됐다. 무대를 뒤집는 쪽은 주로 여자들이다. 결혼식에 끌려 가기 싫어 속사포처럼 노래를 토해 내는 ‘에이미’(방진의)는 폭소를 이끌어 낸다. 로버트의 여자친구 에이프릴(유난영)은 엉뚱한 대답과 말투로, 다른 여자친구인 섹시녀 마르타(난아)의 폭탄 같은 대사와 몸짓은 객석을 쥐락펴락한다. 하나, 로버트(고영빈)의 얼굴에 순간순간 배어 나오는 순진한 표정과 어색함은 걸린다. 보다 매끄럽고 유연하게 무대를 누빌 로버트를 기대해 본다.(02)501-7888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05-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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