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막이식도 때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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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 기자
수정 2008-05-24 00:00
입력 2008-05-24 00:00

선천적 시력 이상은 6세 전에…후천적인 경우에는 6세 후에

얼마 전 KBS 1TV에서 시작한 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서 여자 주인공 ‘장새벽’은 어린 시절 폭죽 사고로 시력을 잃은 뒤 가까스로 오른쪽 눈의 각막이식 수술을 받아 새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실제로 각막이식만 받으면 과거의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일까?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각막과 송상률 교수와 이재형 교수를 만나 각막이식과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 봤다.

각막이식만 하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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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주인공처럼 각막 이식으로 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환자의 연령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시력이 완전히 발달하는 6세가 기준이 된다.6세 이전에는 시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기 때문에 각막이식을 받아도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또 수정체나 유리체처럼 안구 속에 있는 기관들이 혼탁하거나 망막과 시신경의 기능에 문제가 있어도 시력 회복을 장담하지 못한다. 단순히 각막에만 이상이 있는 경우 이식을 통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각막에 이상이 생겨 눈이 보이지 않는 환자는 사고나 질병으로 각막에 이상이 생긴 환자와 상황이 다르다. 이런 환자는 시력이 완전하게 발달하기 전에 각막 이식을 받아야 한다. 시력이 발달하는 시기를 놓치면 영원히 사물을 보지 못할 수가 있다.

이식은 무조건 양쪽 눈을 해야 한다?

각막 전문의들은 원칙적으로 검은 눈동자 부위에 문제가 생긴 쪽의 눈만 수술을 한다. 각막 이외에 다른 조직의 기능 손상이 없다면 문제가 생긴 한쪽 눈만 이식하면 시력 회복이 가능하다. 각막 이식을 받았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외상이나 감염, 이식 거부 반응으로 시력을 다시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식 거부반응은 충혈이나 안구 통증, 눈물 흘림 등 비교적 심각하지 않은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다 부작용이 생기면 곧바로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각막이식 후에는 우산 같은 뾰족한 물체뿐 아니라 책상 모서리와 같은 뭉툭한 물체와 부딪쳐도 쉽게 눈을 다칠 수 있다. 수술을 받은 뒤에 눈에 충격을 받았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이식 뒤에는 직업을 못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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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막 이식을 받은 뒤에는 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엇갈린다. 시력을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눈을 너무 자주 씻는 행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실밥을 풀기 전에 외상을 입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눈 관리법은 반드시 각막 전문의의 의견을 참고한 뒤 숙지해야 한다. 만약 외상이나 면역문제를 잘 극복했다면 눈을 많이 쓰는 직업도 가질 수 있다. 디자이너나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 등 눈을 혹사시킬 것 같은 직업을 갖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눈을 다치면 무조건 각막이식을 해야 한다?

눈을 다쳤다고 무조건 각막이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막이식은 각막에 손상을 입어 시력을 완전히 잃었거나 사물이 거의 보이지 않을 때 주로 한다.

그러나 생활 속 부주의로 인해 각막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어린아이들은 칼이나 연필 등 날카로운 물건에 각막, 즉 검은 눈동자가 다치는 수가 있다. 요즘에는 장난감 총을 갖고 놀다가 심하게 눈이 손상되거나 농촌에서 밤을 따다 눈을 다치는 사례가 많다. 성인은 공장에서 작업을 하다 못이나 공구와 같은 날카로운 물건에 안구를 찔리거나, 돌가루·철가루가 눈에 들어가 각막이 손상을 입기도 한다. 또 나뭇가지나 밤가시 등에 찔려 각막염이 발생할 수 있고, 콘택트렌즈를 잘못 사용해도 각막질환이 생길 수 있다. 각막질환을 방치하면 종종 각막이식을 받아야 할 만큼 증세가 심각해질 수 있다. 때로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안전벨트가 과도하게 가슴을 압박해 눈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각막이식만 받으면 안경은 필요가 없다?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의 각막이라고 하더라도 각막 자체에 문제만 없다면 성공적인 수술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식 수술에 성공해 투명한 각막을 만들 수는 있지만 난시·근시·원시 등 굴절 이상이 생기면 안경을 써야 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08-05-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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