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영화] 천국의 책방-연화
이은주 기자
수정 2008-04-12 00:00
입력 2008-04-12 00:00
지상에서 못다했던 사랑 천국에서 이룰 수 있을까
이곳에서 책을 읽어주는 일명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겐타는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피아니스트 쇼코(다케우치 유코)를 만난다. 폭발사고로 청력을 잃은 쇼코는 연인 다키모토(가가와 데루지)에게 선물할 피아노 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생을 마쳤다.
한편 지상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가나코(다케우치 유코)는 12년전 숙모 쇼코가 세상을 떠난 뒤 불꽃놀이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숙모와 함께 불꽃놀이를 즐겼던 기억이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나코는 “불꽃을 함께 본 남녀는 깊은 사이가 된다.”는 촌로의 이야기를 듣고 불꽃놀이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그 ‘사랑의 불꽃’을 만드는 다키모토 역시 화약 폭발 사고로 연인 쇼코가 청력을 잃은 뒤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같은 시각 천국에서는 쇼코에게 받은 10번째 미완성 조곡 ‘영원’을 받아든 겐타가 자신이 천국에 있는 동안 이 곡을 완성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지상에서는 사랑의 불꽃놀이가 다시 시작된다.
이 작품은 천국과 지상에서 잃어버린 사랑을 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시노하라 데쓰오 감독은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묘사, 마치 천국에 와있는 듯 아름다운 영상으로 원작이 지닌 감동을 그대로 살려냈다.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판타지로 만들어내는 일본 멜로영화 특유의 감수성은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천국과 불꽃놀이를 통해 이승과 저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무엇보다 죽은 피아니스트와 그녀의 조카 역를 맡은 다케우치 유코의 1인 2역 연기가 눈길을 끈다. 또한 마쓰토야 유미가 7년만에 영화 주제가를 불러 당시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111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08-04-1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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