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 진한 ‘동거’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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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수정 2008-03-29 00:00
입력 2008-03-29 00:00
‘지금, 가족과 함께 있어 행복하십니까?’

‘동거, 동락’(감독 김태희·제작 RG엔터웍스)은 가족해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개인의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가장 가까우면서 또 먼 관계이기도 한 가족. 과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따로따로’가 아니라 ‘따로 또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동거, 동락’의 설정은 다소 파격적이다. 게이 남편이 커밍아웃을 하는 바람에 졸지에 싱글맘이 되어버린 정임(김청). 그런 엄마의 성적 ‘실직 상태’를 한없이 불쌍하게 여기는 자유분방한 딸 유진(조윤희). 늘 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이 둘의 관계는 모녀라기보다는 친구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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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진의 남자친구인 병석(김동욱)의 가족 관계는 이와 정반대다. 첫사랑을 못 잊어 집을 나간 아버지와 이에 대한 충격으로 호스트바를 들락거리는 유명 작가 어머니를 둔 병석은 하루하루가 괴롭다. 각자 마음에 상처를 안고 있는 유진과 병석은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이를 치유해 나가지만,‘가족’이라는 관계는 그들의 발목을 또 한번 붙잡는다.

당황스럽기는 이들의 부모도 마찬가지다.20년만에 우연히 만난 첫사랑 승록(정승호)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 정임은 딸의 남자친구인 병석이 승록의 아들임을 알고 소스라친다. 결국 정임과 병석 사이의 비밀을 알게 된 유진 역시 방황에 빠진다.



‘동거, 동락’은 새로운 가족영화의 지평을 연 ‘가족의 탄생’이나 솔직한 모녀관계를 다룬 ‘마요네즈’와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한층 도발적이고 극단적인 설정은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단, 영화 마지막에 좀처럼 함께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이들이 ‘혈연의 구속’을 떠나 함께 살고, 함께 행복하기를 선택하는 것은 기존의 가족영화와는 사뭇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가족들과 가장 솔직한 대화를 나눌 용기가 생긴다면 그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하는 김 감독. 스물다섯 그녀의 도발적 상상력이 얼마만큼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2006년 쇼박스 주최 제1회 ‘감독의 꿈’ 당선작.18세 이상 관람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08-03-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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