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완벽할 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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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숙 기자
수정 2008-03-15 00:00
입력 2008-03-15 00:00

‘베라 왕’ 위협하는 꿈의 드레스 ‘주세페 파피니’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가 입었던 웨딩드레스는 당시 패션 전문가들로부터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녀는 돈이 궁한 어머니의 형편을 고려해 어머니가 권한 한 흑인 여성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었다. 대통령 부인 자리에 오른 후 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일까. 누구의 작품을 입었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디자이너의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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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재클린처럼 유명인들의 결혼식 뒤에는 항상 이번 드레스는 “누구누구의 작품이라더라.”는 식의 이야기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흐른다. 유명 연예인들의 결혼이 국내에서도 새로운 마케팅의 창구가 된 지 오래다. 연예인 하나 잘 잡으면 디자이너가 뜨는 것은 순식간이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미국 시트콤 ‘섹스 앤드 더 시티’. 드라마는 끝났지만 주인공 캐리와 친구들이 걸쳤던 온갖 해외 브랜드들은 국내에 성공적으로 상륙했다. 그중 하나가 ‘베라 왕 웨딩드레스’이다. 몇년 전부터 여자 연예인들이 단골로 입어 유명해진 이 드레스는 만만찮은 가격으로 일반인들에게 ‘꿈의 드레스’였다.

최근 디자인과 가격 면에서 베라 왕을 위협하며 새롭게 뜨는 웨딩드레스가 있다. 얼마 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결혼한 탤런트 김혜리에서부터 가수 이승철의 부인, 삼성전자 윤종용 회장의 아들로 탤런트인 윤태영과 결혼해 일약 ‘신데렐라’가 된 탤런트 임유진을 비롯해 정·재계 내로라하는 집안의 자녀들이 이 드레스를 입으면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드레스를 만든 이는 패션의 고장 이탈리아 출신의 주세페 파피니다. 예술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정교한 바느질과 아름다운 선을 자랑하는 파피니의 드레스를 독점 수입하는 ‘스파지오 한’의 한은숙 대표는 딸들에게 웨딩드레스를 직접 지어 입힐 만큼 남다른 솜씨를 가졌지만 “파피니의 드레스를 본 순간 이 이상 완벽하게 만들기 힘들겠구나 싶어 웨딩드레스 제작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오트 쿠튀르 부티크 ‘보스코’를 운영하던 한 대표는 파피니의 작품을 보여 주며 “바티칸 성직자들이 입는 천연 섬유로 짠 실크만 사용한다.”며 “20년 후에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드레스들”이라고 설명했다. 파피니의 드레스는 안감과 겉감 모두 실크를 사용하기에 겨드랑이 선부터 긴장감이 들어가, 특히 신부의 S라인을 완벽하게 살려 준다고 정평이 나 있다.

여러 개의 부채를 활짝 펴 붙인 듯한 순백색의 드레스가 매장 한쪽을 조각품처럼 장식하고 있었다. 한 대표는 “신부가 원해도 어울리지 않으면 드레스를 주지 않는다.”면서 “저(부채살 드레스) 드레스도 아직 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웃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사진 제공 : 스파지오 한
2008-03-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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