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8] ‘송파병 충돌’… 공천심사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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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 기자
수정 2008-03-12 00:00
입력 2008-03-12 00:00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11일 오전 일시적으로 작동을 멈췄다.

전날 서울 송파병 지역 공천을 두고 공심위원들끼리 이견을 보이며 대립한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이면을 보면 친이(親李·친이명박), 친박(親朴·친박근혜)을 비롯한 당내 계파 다툼이 심사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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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심위는 이날 오전 10시 심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심사과정에 불만을 품은 강혜련·김애실 공심위원이 심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울 송파병에 나경원 의원을 공천할지 여부를 놓고 공심위원들끼리 벌인 전날 갈등의 후폭풍인 셈이다. 이 지역에서는 비례대표인 이계경 의원과 이원창 당협위원장이 경합 중이다.

10시30분쯤 겨우 회의를 재개했지만, 고성이 오가다가 안강민 위원장을 비롯한 공심위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는 데까지 30분 남짓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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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공심위는 심사를 오후 2시40분쯤 한번 더 재개, 서울 중랑갑에 유정현 전 아나운서 등 6명의 공천을 추가로 확정했다.

공심위원들은 송파병 지역을 비롯해 한나라당 당선이 유력한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의 ‘강남벨트’ 공천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강남벨트는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강남·서초·송파 등지를 이르는 말이다. 이 지역 공천은 예상보다 늦어지리라는 게 중론이다. 당 지지도 제고를 위해 외부인사를 영입하거나 전략공천을 감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강남벨트보다 더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영남권 공천에 공심위는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 이번주 내에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들이 고개를 들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강남의 지역구 하나가 이 정도의 파장을 불러 온다면 지뢰투성이인 영남권 심사를 정상적으로 하기는 힘든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영남권 공천이 늦어지는 이유로는 당내 계파를 배려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친박계가 대거 포진한 데다 수도권 친박 의원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 뒤 “영남권 공천을 지켜 보자.”고 한 박 전 대표의 발언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어서다. 한나라당 당적을 갖고 출마했을 때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되는 점도 공심위를 느긋하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심위 심사 안팎에서 잡음이 생기면서, 공천 탈락자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불복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당 최고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는 수준을 넘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이들이 늘었다. 버전을 바꿔가며 당 안팎에서 나도는 ‘살생부’와 계파 수장들의 노골적인 ‘제 몫 챙기기’가 이어지며, 공심위 심사가 신뢰를 잃고 있어서다.

이날 서울 중랑갑에 공천을 신청했던 김철기 당협위원장은 당사를 찾아 무소속 출마와 창당 가능성을 모두 피력했다.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 지지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에 위협적인 대목으로 풀이된다.

친박 진영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규택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친박 의원과 당협위원장을 제거하기 위한 각본이 있었다.”면서 “친이쪽 실세들이 어느 정도 개입했고, 나는 (대통령도) 100% 관여하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8-03-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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