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왕가위 첫 영어작품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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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린 기자
수정 2008-03-01 00:00
입력 2008-03-01 00:00
알싸한 보랏빛 블루베리잼에 새하얀 우유와 크림이 뒤엉켜 흐른다. 스크린을 한 입 떠먹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이다. 손님 중 누구도 찾지 않는 ‘블루베리 파이´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걸 ‘중경삼림´ ‘화양연화´의 왕가위 감독이 그대로 잡아냈다. 그의 신작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6일 개봉)에서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은 출연배우의 이름만 들어도 솔깃하다. 연기로 첫 데뷔한 노라 존스를 비롯, 주드 로, 나탈리 포트먼, 레이첼 와이즈가 포진해 있다.

엘리자베스(노라 존스)는 헤어진 남자친구의 열쇠를 맡기기 위해 뉴욕의 작은 카페에 들른다. 카페 주인 제레미(주드 로)는 실연의 상처를 주체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블루베리 파이를 권한다. 카페 문을 다시 들어서려는 순간, 엘리자베스는 훌쩍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나고 제레미는 블루베리 파이를 남겨두며 여자를 기다린다. 영화는 뉴욕-멤피스-라스베이거스-뉴욕이라는 로드무비의 설정을 따른다. 그러나 왕 감독은 이 영화를 “여행(journey)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거리(distance)에 관한 영화”라고 말한다. 영화는 사람간의 거리인 사랑의 단면을 쪼개 스크린에 떨군다. 엘리자베스가 1년간의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사랑에 아파하고 또 아련해한다. 남편에게 이별을 고한 수 린(레이첼 와이즈)은 사고사한 남편의 죽음 후에야 뒤늦게 애통해하고, 포커광 레슬리(나탈리 포트먼)는 한심해 하던 아버지가 떠난 뒤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만다.

왕 감독의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면모는 홍콩이 아닌 뉴욕에서도 건재하다. 유리창에 쓰인 색색의 글씨 위로 들여다 보이는 두 남녀의 만남, 해지는 사막의 황량함마저 지우는 세련미가 시야에 차오른다. 느낌표처럼 던지는 특유의 경구도 그대로. 그러나 외국어인 영어 표현과 덜 숙성된 시나리오 때문인지 영상미에만 올인하기에는 리듬은 늘어지고 관계는 낡아 보인다.12세 이상 관람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03-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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