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Law] 방청객이 본 참여재판
강국진 기자
수정 2008-02-13 00:00
입력 2008-02-13 00:00
“죄수복 선입견 준다” 피고인에 사복착용, 배심원들 의견 제시·질문 없어 아쉬워
대구지법 11호 형사법정에서 만난 회사원 김소영(27·여)씨는 “법학을 전공하면서 배우던 배심재판을 우리 법정에서 직접 보니 새삼 신기하다.”면서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는데 참여재판이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재판정 배치도 기존 재판정과 달랐다. 재판장 좌·우측으로 검사와 변호사가 마주보고 피고인은 재판장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법정 배치와는 달리 피고인이 변호인과 함께 검사의 맞은편에 동등한 위치로 마주앉아 공판중심주의의 취지를 살리려했다는 지적이다. 사복차림으로 재판받는 피고인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형사재판에서 구속피고인들은 대체로 수의차림으로 출석, 죄를 지었다는 선입견을 준다는 지적이 있었다.
건설회사에 다닌다는 함기성(32)씨는 “기존의 형사재판을 보면 피고인만 따로 동떨어져 재판부와 검찰, 변호사 3자간 공방이 주를 이뤘는데 국민참여재판에서는 피고인도 검찰과 대등한 입장에서 공판과정에 참여하는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교양학부 이상철 교수는 “변호인과 검사 모두 처음한 것치고는 대단히 잘했다.”면서 “특히 변호인은 변론을 하면서 초점을 잘 잡고 구수한 사투리를 활용하는 전략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도 이제 어릴 때부터 배심원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재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회사원 이모(31)씨는 “사건이 유무죄보다는 양형에 대한 심리가 이뤄져 긴장감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인이 생각할 때도 사건이 복잡해 보이지 않는데 이 정도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면 전문 법률가로부터 재판을 받는 것보다 무엇이 효율적인지 의문”이라고 비관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고등학교 동창으로 같이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한 박지윤(연세대 법대 1년)·김정현(이화여대 법대 1년)씨는 “배심원들이 의견제시나 질문이 하나도 없는 건 아쉬웠다.”고 말했다.
박모(35)씨는 “검찰과 변호사가 실제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배심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만 보였던 것 같다.”면서 “배심원들도 질문없이 듣기만 해 과연 재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이석 강국진기자 hot@seoul.co.kr
2008-02-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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