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정치비평] ‘좋은 유권자’가 되는 길
수정 2007-12-05 00:00
입력 2007-12-05 00:00
이러한 부동층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마음속에는 지지하는 후보가 있지만 말하기를 꺼리는 ’은폐형 부동층‘, 후보나 공약에 대해 잘 모르거나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방황하는 ‘순수 부동층’, 선거에는 관심이 없어 결국 기권하는 ‘정치 무관심 부동층’으로 구별된다. 그런데, 이번 서울신문 조사에 따르면 이들 부동층들이 각각 30%,50%,20% 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보통 은폐형 부동층에서는 1위를 뒤쫓는 후보들이 강세이고, 순수 부동층에서는 지지도 1위 후보가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사실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이유로 ‘말하기를 꺼려서’라고 응답한 ‘은폐형 부동층’에서 ‘꼭 투표 할 것이다’라는 응답은 81.6%였다. 이 수치는 ‘후보의 정책 공약을 잘 몰라서’라고 응답한 순수 부동층의 ‘적극적 투표 의사층’(64.3%)보다 훨씬 높았다. 이유야 어쨌든 여론 조사결과 발표가 허용되는 남은 1주일 동안의 흐름이 이번 대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검찰의 BBK 수사 발표 파장, 정몽준의원의 한나라당 입당과 이명박 지지 선언, 이회창-심대평의 보수 연대, 정동영-문국현의 진보 연대 등의 변수들이 부동층에 영향을 줘서 소위 지지율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더구나, 내일 실시될 첫 번째 후보 TV 토론도 부쩍 늘어난 부동층의 향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TV 토론이 대선에 미치는 파괴력은 시간이 갈수록 퇴조하고 유례없이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영향력은 감소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의 리더십과 정책, 비전에 대한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TV 토론은 부동층으로 하여금 혼돈에서 벗어나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토론은 관심을 낳고, 관심은 필연적으로 참여를 낳기 때문이다. 성숙한 유권자들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선거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후보 TV 토론을 시청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좋은 유권자만이 좋은 대통령을 뽑아서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명지대 정치학 교수
2007-12-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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