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우산으로 써도 되는 식물도 있다네
수정 2007-12-01 00:00
입력 2007-12-01 00:00
녹색을 띠는 잎에서는 식물의 가장 특별한 기능 가운데 하나인 광합성이 일어난다. 광합성은 잎 속에 들어 있는 엽록소가 햇빛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이므로, 식물은 햇빛을 잘 받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적응을 한다.
잎 앞면을 하늘로 향하게 하여 빛을 받는 면적을 최대로 만들거나 잎들이 줄기에 엇갈리게 달리게 해서 모든 잎이 빛을 고루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작은 잎이 여러 장 모여서 이루어진 겹잎을 가진 식물들이 생겨난 것도 빛을 더욱 효율적으로 받기 위한 적응이다. 한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양, 즉 만들 수 있는 양분의 양은 잎의 표면적이 크고 작음에 달려 있는데, 숲 속에서는 작은 잎을 많이 달고 있어야 유리하고 초원이나 호수처럼 열린 공간에서는 큰 잎을 달고 있어야 빛을 받기가 수월하다. 이처럼 잎은 식물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한 기관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은 가시연꽃이다. 큰 것은 지름 130㎝에 이르기도 한다. 물속에 사는 수생식물, 그것도 한해살이풀의 잎이 가장 크다는 것은 생각 밖의 일이다.
봄에 엄지손톱만 한 씨에서 새싹이 트고, 물 위에 뜨는 잎이 나고 꽃이 피어 열매가 맺히는 한해살이풀이 그토록 큰 잎을 내는 것은 수수께끼 같은 일이다. 뿌리에 양분을 저장해 두었다가 이듬해 잎과 줄기를 내는 여러해살이풀이라면 이해가 갈 법도 하지만, 한해살이풀이 그토록 큰 잎을 내는 게 신기할 뿐이다.
가시연꽃은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가 원산지인데, 남미 아마존에서도 이와 비슷한 식물이 발견되었다. 영국의 식물탐험대가 아마존 강에서 발견한 왕련(王蓮)이라는 식물로, 이 식물 역시 큰 잎을 가진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빅토리아여왕이 탐험대를 지원하였기 때문에 라틴어 속명(屬名)을 빅토리아(Victoria)라고 지었고, 우리말로는 빅토리아연꽃 또는 왕련이라고 한다. 열대에서 자라는 식물답게 가시연꽃에 비해 더욱 큰 잎을 자랑한다. 물 위에 뜨는 왕련의 잎은 크기가 클 뿐만 아니라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가장자리가 위로 꺾인 구조여서, 어린아이가 올라가도 가라앉지 않을 정도다. 진귀한 이 식물을 세계 여러 나라의 온실식물원에서 기르고 있는데, 제주도 여미지식물원에서도 볼 수 있다.
개병풍은 땅 위에서 자라는 우리나라 육상식물 가운데 가장 큰 잎을 달고 있다. 지름 60∼70㎝는 보통이고 큰 것은 90㎝ 이상 자라는데, 잎은 모두 뿌리에서만 돋아난다. 잎몸이 둥글고, 잎자루가 잎몸의 아래쪽 중앙에 붙어, 연꽃 잎 모양을 한다. 잎자루는 길이 1m에 이르고, 굵기도 굵으므로 잎을 따서 들면 우산으로 써도 될 정도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만주 일대에서만 자라는 희귀식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동강, 금대봉, 석병산, 방태산, 면산, 계방산 등 몇몇 곳에서만 발견된다.
가시연꽃과 개병풍은 환경부가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멸종위기야생식물Ⅱ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2007-12-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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