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받는 ‘비호감’
정서린 기자
수정 2007-10-20 00:00
입력 2007-10-20 00:00
●비호감 모녀의 인생찬가
11월16일 선보이는 ‘헤어스프레이’(충무아트홀 대극장)의 뚱뚱한 10대 소녀 트레이시는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나 로켓 조종사가 되는 게 꿈이다. 그러나 당장은 코니 콜린스 쇼에서 멋진 춤으로 ‘미스 헤어스프레이’가 되는 게 꿈. 그러나 고지는 험난하다. 대통령이 되면 한 달에 한번 있는 흑인의 날을 매일 만들겠다는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뚱뚱한 사회주의자 여자애’라는 적(?)의 공세. 거기에 트레이시의 엄마 애드나는 40년대에 결혼한 이후 60년대까지 한번도 집 밖을 나서본 적 없는 거구다. 개그맨 정준하가 여장을 할 예정이라 더욱 눈길을 끄는 역이기도 하다. 춤바람 난 딸과 이를 말리려는 엄마. 남에게 조롱당해도 늘 긍정적인 두 모녀는 거침없이 사고를 치며 마침내 꽃다발을 목에 걸게 된다.
●사회부적응자들의 행복찾기
11월 충무아트홀에서 개막하는 소극장 뮤지컬 ‘스펠링 비’(11월13일∼2008년 3월9일)에는 사회부적응자들이 총출동한다. 영어철자 맞히기 대회인 스펠링 비에 출전한 6명의 아이들은 모두 어딘가 부족하다. 로게인은 게이 아빠를 둔 탓에 늘 놀림받고,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마시박은 옷장에 숨어 논다. 코니베어는 가족에게 무시받는 외골수, 모두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믿는 바페이는 매사 공격적이고 거만하다. 뛰어나도 지게될지도 모른다는 혼란과 우울을 먼저 배우는 아이들. 그러나 한 명씩 탈락하면서 깨닫는 건 1등이 행복이 아니란 사실. 극이 끝나기 전 10분여의 에필로그에서는 아픔을 딛고 자란 이들의 평범하지만 찬연한 미래를 보여 준다.
●“비호감 선생님, 뾰족한 게 무서워요”
‘닥터 이라부’(2008년 1월13일까지·상상화이트 소극장)의 정신과 의사 이라부는 외모부터 비호감의 전형이다. 그의 연인 간호사 마유미는 풍선껌을 짝짝 씹으며 환자를 맞는다. 환자의 질문은 무시하고 무조건 주사부터 맞히고 보는 여자. 이 엽기 커플이 각종 강박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다루는 ‘황당한 치료과정’이 연극의 골격이다. 어이없는 처방의 연속인데 묘한 점은 환자도 관객도 치유가 된다는 것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7-10-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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